보험관련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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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고사가 아닌 병사라서 보험금 지급 못한다니?(재해사망보험금 청구사건)2017-06-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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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 서민 입장에서 참 부담스럽습니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통신비, 교통비 등등 이것저것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월급은 반 토막 나기 일쑤인데요. 여기에 매달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에 이르는 보험료까지 더해진다면 통장은 시쳇말로 텅장이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에 드는 이유는 모두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가 있을 때 필요한 목돈을 보험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 믿음에 보험사가 보답하지 않는다면 헛돈만 갖다 바친 셈이겠죠. 그렇게 친절하던 보험사 직원이 태도를 싹 바꾸고 약관 등 온갖 사유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ref=A&ncd=3010653


한 언론에 보도된 전직 보험사 직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보험사는 분기별로 감액 목표를 정해놓고 직원들에게 보험금을 깎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보험금을 얼마나 덜 줬는지에 따라 인사고과와 성과급 지급액이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암 진단을 받은 의사에게 학술지에 게재된 이론을 근거로 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의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입니다.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힘없는 개인은 마지못해 헐값에 합의하거나 한 푼도 못 받고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죠.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11/02/0200000000AKR20161102044800030.HTML?input=1195m


몇 달 전, 정밀진단이 없는 돌연사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뇌혈관질환으로 추정된 사망에 대해, 인과관계가 있는 치료·진단이나 사망진단서 등을 근거로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보험사는 MRI나 CT를 이용해 뇌혈관질환을 정밀 진단한 바 없고 대신 심장병 악화가 사인으로 추정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지만, 위원회는 사망진단서, 뇌병변 가능성이 크다는 주치의의 소견과 인과관계상 합병증 가능성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입니다.


물론 보험사가 위원회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다면 사망자 가족은 또다시 힘겨운 법적공방을 벌여야 하겠죠.



 


제가 맡았던 사건도 위 사례와 아주 유사한 경우였습니다. 의뢰인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수령할 아내 분이었는데요. 남편 분은 입원치료 중 음식을 먹다가 기도가 막혔고 결국 심폐가 정지되어 사망하신 상황이었습니다.


고인은 사망 당시 ‘일반재해 사망보험’에 가입된 상태였습니다. 보험 계약에서는 재해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인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함)로서 다음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간단히 말해, 사고로 인해 사망한다면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다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고인이 비록 치매를 앓고 있었지만 사고 전까지는 음식을 먹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사고 당일 식사 후 갑자기 돌아가신 상황이었기 때문에, 의뢰인은 이를 사고로 보고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는데요.


보험사는 사인이 치매로 인한 의식저하 및 삼킴장애와 분비물 과다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추정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즉, 질병에 의한 사망이므로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보험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고인이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점을 적극 주장했는데요.


우선 주치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인이, 병사가 아니라 ‘기타 사고사’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보험사가 주장했던 흡인성 폐렴은 기관지 및 폐로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폐렴을 말하는데요. 사고 발생 후 사망까지 4시간동안 환자가 보인 반응이 흡인성 폐렴을 사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면, 굳이 주치의가 사망의 종류를 ‘기타 사고사’로 판단할 이유는 없었죠. 


통상적으로 고령의 치매환자가 사망하는 원인이 대부분 폐렴 등 2차 감염으로 인한 병사이므로, 인성 폐렴이 우려될만한 상황이었다면 주치의는 직접 음식물을 먹이는 방법 대신 튜브를 통해 영양공급을 하도록 처방했을 텐데요. 사고 이전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처방을 내리지 않았음을 주장한 것입니다.


또한 간호일지에는 고인이 전형적인 기도폐색 증상을 보인 기록이 나와 있었습니다. 다만 급작스럽게 사망하는 완전 폐쇄가 아닌 부분 폐쇄로서 약 4시간 만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임을 주장하였는데요.


결국 사망진단서, 간호일지 등 입증자료와 그에 따른 주장을 받아들인 재판부로부터, 사망 보험금 전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전직 보험사 직원의 증언 중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착하고 말 잘 듣는 호갱(속칭 호구고객의 줄임말) 위주로 보험금을 깎고, 진상 고객은 더 안 줘도 되는 것까지 지급했다.”라는 것이었는데요. 


두렵고 힘드시더라도 소송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끝까지 찾는 ‘고객’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