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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캠. /사진=게티이미지뱅크경찰관들이 착용하는 보디캠(몸에 부착해 현장 상황을 촬영하는 카메라)에 대한 관리 규정이 도입되면서 일선 경찰들 사이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립하는 점에는 공감한다지만 자비로 산 장비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경찰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경찰은 과잉 진압 논란 등 억울한 일을 피하기 위해 보디캠을 자비로 구입해 사용했는데, 이번에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기존에는 보디캠 사용과 관리를 경찰관 개인에 맡겼다면 앞으로는 자비로 구입했더라도 소속 지구대나 파출소에 기기를 등록하고 보관해야 한다. 당일 촬영한 영상은 퇴근 전 업무용 PC에 옮기고 기기에서는 삭제해야 한다. 현장 출동 시 영상 촬영 사실을 미리 표시 또는 고지할 의무도 생겼다.
그동안 보디캠 사용에 법적 근거가 없어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 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실제 2021년 한 경찰관이 용의자를 과잉 진압한 뒤 현장 모습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지워 증거를 인멸한 일이 있었다. 같은 해 또 다른 경찰관이 보디캠을 지구대 화장실에 설치해 불법 촬영에 이용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법 주요 변경 사항.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이와 관련, 일선 경찰관들은 보디캠 관리 방향성에는 공감했지만 별다른 지원 없이 의무만 지운 것에는 불만을 표했다.
서울 남부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현장 채증을 위해 보디캠을 착용하고 현장에 진입하면 가정폭력 등 민감한 부분이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A경사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업무 부담만 늘어나는 것 같다"며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사비로 구입한 장비를 관리만 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현장 경찰에게 족쇄를 채우는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B경사도 "보디캠은 현장 출동시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것마저 제재하는 것은 안 그래도 떨어진 공권력의 팔다리를 자르는 것"이라며 "자비로 구입한 보디캠을 나라에서 관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경찰청은 보디캠 사용의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된 만큼 공식 보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보디캠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는 않았으나 공식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법 집행이 적법했는지, 과잉 대응은 없었는지, 직무 유기는 아닌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보디캠 보급은 필요해 보인다"며 "공식 보급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