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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에 선불충전 기반의 간편 송금을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송금을 계좌 거래만 국한하는 내용을 추진, 시대를 역행하는 '초유의 족쇄 규제'가 될 공산이 커졌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톡 송금하기 등 다수의 소비자가 이용하는 간편송금을 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전금법 개정안에 선불충전을 이용한 송금·이체를 금지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이체만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상대방 계좌를 몰라도 간편하게 송금·이체할 수 있는 간편송금이 금지되는 것이다. 그럴 경우 계좌가 없는 미성년자와 외국인 송금 길도 가로막히게 된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페이,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등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게 됐다.
가장 대중화된 '카카오톡 송금하기'를 예로 들면 상대방 계좌를 몰라도 카톡 계정만 있으면 간편한 송금이 가능하다. 서비스는 사용자가 자신의 선불 계정에 카카오머니를 충전한 후 상대방 카톡 계정으로 소액을 송금하는 형태다. 전금법 상 선불머니의 1회 충전·결제 한도는 각각 50만원(기명식 200만원)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동의가 없으면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는 청소년도 전금법 개정안의 영향권에 직면하게 된다. 청소년의 경우 카카오페이, 토스 등 주로 비계좌 기반의 청소년 대상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앱에서 선불충전을 이용한 간편송금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빅테크 앱에서 자주적인 금융생활을 영위하면서 최근 금융권의 새로운 핵심 사용자층으로 떠올랐다.
금융위가 선불머니 간편송금을 제한한 것은 신설한 '자금이체업' 때문이다. 금융위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전자자금이체업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수단업에만 등록, 실명 확인 의무가 없는 선불계정을 발급해서 자금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선불충전을 이용한 간편송금 핀테크 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선불계정에 등록한 은행 계좌를 바탕으로 본인 실지명의를 다시 확인하는 기능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핵심인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셈이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선불충전 기반 간편송금 서비스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데 이를 은행 계좌 기반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부가 핀테크의 혁신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설하는 자금이체업 라이선스는 기존 선불업자라면 대부분 큰 문제 없이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첫 전금법 개정안이 나온 지 2년여가 지났는데 핀테크 업체가 이제야 자금이체업 도입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