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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어차피 안 되는 기술 ‘5G 기만극’2023-10-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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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06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상용화 당시 완전한 5G망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이통3사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런 내용을 알리거나 상응하는

 요금 혜택을 주는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5G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년 4월 3일 오후 11시. 대한민국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 국가’란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따냈다. 우여곡절은 있었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가 미국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5G 개통을 앞당긴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부랴부랴 조기 개통을 꾀했기 때문이다. 야간ㆍ휴일 개통이 금지된 한국에서 밤 11시에 기습 작전을 펼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버라이즌보다 개통이 2시간 빨랐다.

타이틀에 연연해 너무 조급하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부와 업계는 ‘세계 최초’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의미는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더 큰 도약을 주문했다. 대한민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5G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거였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5G 가입자(5G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는 2800만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장의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부터 5G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데다, 올해 가입자 실적은 더 지지부진할 공산이 커서다. 한국의 5G 산업이 45개월간 기록한 가입자 순증 추이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 세계 최초와 반짝 흥행 = 27만1686명. 2019년 4월 5G가 개통하고 첫달에 모은 가입자 숫자다. 당시 정부와 업계가 8개월 뒤인 연말께 가입자 수 200만명 진입을 목표했다는 걸 고려하면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5월엔 51만2529명을 추가하면서 순증 규모가 두배가량 뛰었다. 증가세는 갈수록 가팔라졌다. 6월 55만2650명, 7월 57만4840명을 더 모았고 8월엔 88만2831명을 추가했다. 겨울이 목표였던 200만명 가입자 돌파를 여름으로 앞당겼다. 

사실 5G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다. 5G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삼성전자 ‘갤럭시S10’과 LG전자 ‘V50 씽큐’ 두개뿐이었다. 5G 단말기의 출고가가 각각 139만7000원(갤럭시S10)ㆍ119만9000원(V50 씽큐)로 만만치 않았다는 점도 5G 대중화 전망을 어둡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요금제였다. 당시 출시된 5G의 주력 요금제 가격은 8만~10만원대였다. 5만~6만원 수준의 LTE 주력 요금제와 견주면 소비자들이 가격 저항을 느낄 만했다. 


대한민국은 세계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다.[사진=뉴시스]

이런 악재를 뚫고 5G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건 이동통신업계가 얼리어답터(빠른 사용자ㆍEarly Adoptor)를 상대로 ‘속도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이통3사는 5G 이동통신을 LTE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라고 홍보했다. ‘초고속ㆍ초저지연ㆍ초연결’의 특성을 지닌 5G에 가입하면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같은 미래기술을 손쉽게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량이 아무리 많은 콘텐츠도 순식간에 내려받을 수 있다고 약속했다. 

특히 고객들은 5G의 ‘20배 빠른 속도’에 현혹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초고속! 20배 빠른 속도”, KT는 “5G는 LTE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합니다”, LG유플러스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등의 표현으로 광고했다. 정부도 거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G 상용화 기념행사에서 “기존 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른 통신 고속도로가 바로 5G”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비싼 단말기와 요금제를 지불했는데도 정작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5G를 이용하다가도 갑작스레 신호가 끊기고 LTE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았다. 5G 신호가 상당히 불안정한 만큼, 이미 5G폰 이용자 사이에선 LTE 신호를 먼저 잡는 ‘LTE 우선모드’로 설정하는 게 상식처럼 통했다. 

그해 10월 참여연대가 5G 고객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6.6%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응답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 너무 협소해서(29.7%)’ ‘요금이 기존 서비스에 비해 너무 비싸서(22.8%)’ 등을 불만족 이유로 꼽았다.

5G 상용화 당시 기지국이 3만5000여개에 불과했고, 연말까지 9만7000개로 늘리는 데 그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80만개가 넘는 LTE 기지국 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5G보다 내 속이 더 터진다”는 소문이 확산하자 인기도 한풀 꺾였다. 8월(88만2831명) 정점을 찍은 가입자 순증 수는 9월(67만2248명)엔 감소했고, 10월(51만6048명), 11월(37만2344명)에도 꺾였다. 2019년 마지막 달엔 31만2978명으로 순증 규모가 또 줄었다. 이땐 구세대 통신기술인 LTE 가입자 수가 전월 대비 25만명 증가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당시엔 대부분의 5G 고객이 LTE 우선모드를 쓸 정도로 5G 품질이 엉망이었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용화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세계 최초에만 얽매이다보니 자초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입자 증가세 둔화는 해가 바뀌어도 이어졌다. 급기야 2020년 1월엔 29만285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5G 개통 첫 달에 기록한 순증 지표(27만1686명)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월(40만2260명)과 3월(52만478명)엔 다시 반등했지만, 60만~80만명을 끌어모으던 전년 여름과 비교하면 신통치 않은 성적이었다. 이런 지지부진한 움직임은 2020년 7월까지 이어졌다. 매달 40만~50만명 안팎의 가입자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그사이 ‘불통 5G’의 민낯이 드러났다. 상용화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5G 서비스의 결과가 2020년 8월 공개됐는데, 5G 평균 전송속도는 다운로드 656.56Mbps, 업로드 64.16Mbps로 나타났다.


이통3사 영업이익 합계가 2년 연속 4조원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당시 LTE 품질과 견줘보면 다운로드는 4.1배, 업로드는 1.5배 빨라지는 데 그쳤다. “LTE보다 전송 속도가 20배까지 빨라진다”고 홍보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이마저도 서울시와 6대 광역시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였다. 지방 중소도시의 5G 고객은 이보다 낮은 속도를 경험했을 거란 얘기다. 

■아이폰 인기 등에 업었지만… = 2020년 여름이 지나자 5G 순증 지표가 다시 반등했다. 배경엔 ‘인기 단말기’가 있었다. 8월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 시리즈가 나왔고, 9월에는 ‘갤럭시Z플립’과 ‘갤럭시Z폴드2’가 시장에 출시됐다. 8월엔 5G 가입자가 80만명 넘게 폭증하기도 했다.

10월 말 출시된 ‘아이폰12’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애플의 첫 5G 단말기란 상징성에 뛰어난 성능과 하드웨어 완성도를 곁들여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아이폰12는 2020년 11월 ‘5G 가입자 수 1000만명 돌파’의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11월에만 94만명의 가입자를 새롭게 추가한 덕분이다. 

해가 바뀌었지만 인기는 꺾이지 않았다. 2021년 내내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해 동안 5G 가입자 수가 906만명이나 늘어났다. 매달 평균 75만명의 가입자를 추가했다. 1000만명을 넘어선지 딱 1년만에 2000만명(2021년 11월) 고지를 정복했다. 

그사이 5G 품질이 본궤도에 오르긴 했다. 2021년 10월 기준 이통3사 평균 5G 서비스 면적(옥외 기준)은 1만9044.04㎢로 전년 12월(5409.30㎢)보다 3.5배 이상 늘어났다. 5G 이용이 가능한 주요 다중이용시설도 전년 대비 58.3% 증가했다. 속도 역시 향상됐다. 당시 이통3사의 평균 5G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를 기록했다. 첫 평가(656.56Mbps) 때보다 빨라졌다. 그런데도 문제는 남아있었다. 여전히 LTE 대비 5.3배 빠른 수준에 불과했다.

5G 고객이 가파르게 늘어난 만큼 불만도 폭증했다. 약속한 ‘20배 빠른 속도’는 대체 언제쯤 누릴 수 있느냐는 거였다. 20배 빠른 속도가 ‘진짜 5G’로 불리면서 관련 논란이 확산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진짜 5G’ 논란은 정부와 이통3사가 합작한 허상의 마케팅이었다. 정부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앞두고 5G 서비스에 적합한 두 종류의 주파수 대역(3.5㎓ㆍ28㎓)을 이통사에 경매로 할당했다. 이중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건 28㎓였다. 

초고주파 대역인 28㎓는 속도는 빠르지만 대국민 서비스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함이 있었다. 전파 도달거리가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이 좁고 산악지형인 데다 건물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선 애초부터 전국망 설치가 불가능했다. 기업용(B2B)으로나 적합했는데도 이마저도 28㎓ 대역을 활용한 서비스가 시중에 마땅치 않았다. 이통3사가 28㎓보다 속도가 느린 3.5㎓ 대역으로 전국망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3.5㎓ 대역은 아무리 촘촘히 기지국을 설치해도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28㎓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대역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시중에 없어서다. ‘진짜 5G’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비전이었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28㎓ 대역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것인지 기술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3.5㎓ 대역에 비해 주파수 환경이 매우 열악했고,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주력 주파수라기보단 3.5㎓ 대역 보조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애시당초 전국망 구축 계획도 없는 28㎓ 5G의 최대 속도를 내세워 선전한 이통사도 문제지만, 정부 역시 5G 세계 최초의 성과를 홍보하려고 지나치게 과장한 면이 없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짜 5G를 누리지 못하게 된 국민들은 이통3사를 재판에 넘겼다. 2021년 6월을 시작으로 품질 미흡을 이유로 이통3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여러 개의 소송이 제기됐다. 진짜 5G가 허상이었다는 게 드러나자 법정공방으로 실력행사에 나선 셈이다. 

소송을 대리 중인 김진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상용화 당시 완전한 5G망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이통3사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그런 내용을 알리거나 상응하는 요금 혜택을 주는 행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웃지 못할 일은 또 벌어졌다. 5G 고객이 분통을 터뜨리는 사이 이통3사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상용화 이후 최고 수준의 5G 가입자 순증 실적에 힘입어 2021년 영업이익 합계 4조38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했다. 상용화 4년 차를 맞은 2022년의 5G 시장의 상황은 '5G 45개월 불통의 기록' 2번째 편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출처 : 더스쿠프(https://www.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