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869570?lfrom=kakao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지난해 10월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 도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단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에 따른 보상안을 마련하고, 무료 서비스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모티콘 3종 등을 우선 지급 중이다. 그러나 지급 대상에 해외 이용자는 포함하지 않은 점, 사용 기간 만료 후 자동으로 결제가 해지되도록 기존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을 손보지 않은 점 등 부실한 대목이 속속 드러나면서 ‘카카오가 사태 책임에 대한 비난을 피하는데 급급해 겉핥기식 사후약방문을 내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톡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국내 4763만명, 글로벌 5356만명이다. 글로벌 MAU는 국내 MAU를 포함하기 때문에 순수 해외 이용자 수는 약 592만명으로 추산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약 600만명에 이르는 이용자가 카카오가 지난 5일 내놓은 ‘전 국민 마음 패키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해당 패키지는 이모티콘 3종과 카카오메이커스 쿠폰 2종,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으로 구성됐다.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으로 일반 이용자에게 지난 5일부터 지급을 시작한 이모티콘 3종. /카카오 제공 카카오 측은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장애를 겪은 서비스 대부분이 국내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일반 이용자를 위주로 패키지를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패키지 지급 대상을 해외 이용자로 확대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현시점에서 해외 이용자를 위해 별도의 보상안을 수립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의 경우 사용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다음 달 결제가 이뤄진다. 그나마도 선착순 300만명에게만 지급한다. 이모티콘 3종도 1종만 영구 이용이 가능하고, 나머지 2종은 90일로 기한이 정해져 있다. 단순 소비자가로 계산하면 카카오는 이모티콘 3종에 3120억원가량을 쓸 전망이지만, 카카오가 실질적으로 부담할 비용은 그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모티콘과 같은 디지털 재화는 초기 제작 단계에서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론은 즉각 들끓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착순이 들어가는 순간 역겨움이 확 느껴지네요. 주머니에 찔러 넣어줘도 기분 나빠야 하는데, ‘늦으면 안 줘요’ 이러고 있네” “안 받고 말렵니다” “조심하세요. 보상받으려다 오히려 돈 뜯깁니다” “이 와중에 장사를 하네요” “인간을 바보로 보니까 저런 짓하지” “해외 이용자도 피해 입었는데 웃기네” “(이모티콘도) 적어도 원하는 걸 선택하게 하든가 아무거나 3개 주는 게 말이 되냐” 등의 글이 쏟아졌다.
카카오는 뒤늦게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을 지급받은 이용자들에게 기한 만료 일주일 전에 카카오톡 알림을 통해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비판적 여론이 사그라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 30대 직장인 이용자 박씨는 “정기 결제에 대한 말을 듣고 부모님께 제일 먼저 알려드렸다”며 “잘 모르고 패키지를 내려받은 어르신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 알림을 받더라도 모바일 기기나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으실 텐데 해지를 잘하실 지 의문이다”고 했다.
카카오 '전 국민 마음 패키지' 유의사항 중 발췌. /카카오 이용자들이 이처럼 분통을 터뜨리는 건 무료 서비스도 광고와 개인정보 수집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대부분의 매출을 카카오톡 광고로 벌어들인다. 광고 시장이 위축됐던 지난해 3분기 카카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1조8587억원에 그쳤다. 카카오가 최근 공감 스티커 도입 등 카카오톡 개편 작업에 착수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려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함이다.
신속 보상 기조를 내세워 방송통신위원회에 무료 서비스 피해 보상 가이드라인 제시를 촉구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용하다. 일각에서 정부 역시 ‘보여주기식 호통’에 치중했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카카오, 방통위와 협의하며 최대한 빠른 이용자 보상을 독려했다. 다만 주무부처가 방통위인 만큼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과기정통부는 이 밖에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등 제도적인 부분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htinmaking@chosunbiz.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