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vcast.naver.com/v/568995
유흥가에서 일어난 집단 난투극 소식, 뉴스에서 종종 보실 겁니다. 싸움의 발단은 대부분 단순합니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혹은 어깨가 부딪혔다는 이유로 시작되곤 하죠.
일반적으로 개인 간의 쌍방폭행사건은 보통 서로 화해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됩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서, 서로 원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집단 난투극처럼 공동으로 폭행한다든지, 흉기를 이용하여 폭행한다든지, 상해·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처럼 단순폭행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화해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 패싸움하고 뒤늦게 화해해봐야 꼼짝없이 처벌된다는 얘기죠.
특히 나이가 어린 학생들일수록 이런 사소한 이유로 시비가 붙는 일이 많습니다. 젊음의 혈기, 순간의 취기에 친구와 같이 있다는 자신감까지 어우러져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http://www.gwangnam.co.kr/read.php3?aid=1470737916239674017
위의 기사내용처럼 난투극 도중 큰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구속수사가 이뤄질뿐더러,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가 변호를 맡았던 사건은 술집에서 일어난 ‘공동상해’ 사건이었습니다. 의뢰인들은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었는데요. 방학을 맞아 오래간만에 모인 술자리에서 그만 사건이 벌어지고 만 것이죠.
사건의 피해자는 의뢰인들 중 한 명과 아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우연히 술집에서 마주친 후 소개를 받아 잠깐 합석을 하게 되었고, 취중에 말이 오가다보니 사소한 시비가 생겼는데요.
이를 본 피해자의 일행마저 시비에 휘말리게 되었고, 결국 서로를 폭행하게 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싸움이 격해지다 보니 주변의 물건을 닥치는 대로 이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뢰인들은 철제 가스레인지 받침대와 쇠젓가락을 이용해 피해자를 폭행했는데요. 이로 인해 피해자는 머리와 얼굴에 큰 상해를 입어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아야만 했죠.
집단폭행도 모자라 위험한 물건까지 사용했기 때문에 죄질이 매우 무거운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피해자의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초범이라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았는데요.
비록 큰 죄를 지었지만, 평범한 대학생인 의뢰인들이 순간의 실수로 인해 수감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다짐이 들더군요. 따라서 집행유예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변호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우선 피해자와의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피해자의 부모님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합의를 일절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아들이 심하게 다치다보니 아무래도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죠.
따라서 여러 감형사유를 주장함과 동시에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합의를 시도했는데요.
먼저 폭행의 발단이 피해자와 그 일행이었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욕설이 오가던 와중에 먼저 주먹을 날린 것은 피해자였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의뢰인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자, 피해자의 일행들이 가세하여 집단 난투극으로 번지게 된 상황임을 주장했는데요. 당시 서빙을 하던 술집종업원의 진술이 이러한 주장을 다소 뒷받침해주었죠.
또한 의뢰인들은 폭력을 비롯한 그 어떤 전과도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싸움이라곤 해본 적 없는 학생들이 수세에 몰리자 본능적인 방어 차원에서 주변의 물건을 이용한 것임을 주장했는데요. 앞선 진술과 사건 당시 각 일행의 숫자, 체형 등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의뢰인들의 진심어린 사과가 이어지자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님은 조금씩 마음을 여셨는데요.
앞길이 구만 리 같은 학생들이 눈에 밟혀서였을까요. 결국 선고 며칠 전 합의에 응하셨고, 이를 고려한 재판부로부터 가까스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판결 후, 의뢰인들은 다시 한 번 피해자의 병실을 찾아가 사과와 함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사실 의뢰인들의 집안 형편 때문에 실제 합의금은 많지 않았는데요. 아마도 피해자의 마음을 움직인 건 합의금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진심어린 사과였을 겁니다.
< 처벌조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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