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린 지 무려 14년이 흘렀습니다. 아날로그화질의 당시 영상을 보다 보면 흐른 세월이 실감나기도 하고, 한편으로 그때로 돌아가 다시 한 번 응원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그 때에 비해 참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특히나 많이 변한 건 인터넷을 비롯한 IT환경이 아닐까 합니다. 인터넷은 꿈도 못 꾸던 피쳐폰을 쓰고,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에 신기해하던 세상은 이제 스마트폰을 이용해 바로 검색을 하고 고화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실시간으로 SNS에 올릴 수 있는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촬영이 가능한 만큼 예전에는 놓칠 만한 순간들을 누구나 저장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범죄행위를 찍어 증거자료로 쓰이는 등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 이런 촬영의 용이함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을 텐데요. 저작권이 있는 물건이나 자료를 찍어 인터넷에 올릴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 도입부에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꺼낸 것은 바로 그 당시에 있었던 “Be The Reds!"라는 응원문구와 관련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판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티셔츠 등에 사용되던 “Be The Reds!"라는 문양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피고인들은 인터넷에 사진과 관련된 사업을 하던 중 해당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착용한 모델의 사진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원심은, 당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보호범위가 제한적이고, 저작물의 위치나 크기를 고려할 때 사진의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하며, 사진이 상품화 사업을 직접 침해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어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는데요. 널리 사용하던 응원문구라 하더라도 전통적인 붓글씨체를 이용한 창조적인 도안이고, 저작물이 인식이 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어 사진의 개성과 창조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사진과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또한 단순한 홈페이지 게시행위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고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의 수입을 감소시킬 여지가 있다면 저작권 침해라고 본 것입니다.
물론 이 사건의 경우에는 영리적인 행위 도중 발생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고, 개인 SNS에 올리는 것처럼 비영리적인 목적의 게시행위는 영리적인 행위에 비해 허용범위가 넓지만,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의 수입을 감소시켰다면 저작권 침해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저작권자의 동의나 승낙이 있거나, 모자이크를 넣는 등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없는 수준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SNS나 인터넷사이트에 게시하는 행위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관련 판례
대법원 2014.8.26. 선고 2012도10786 판결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의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그대로 복제된 경우, 새로운 저작물의 성질, 내용, 전체적인 구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저작물이 새로운 저작물 속에서 주된 표현력을 발휘하는 대상물의 사진촬영이나 녹화 등에 종속적으로 수반되거나 우연히 배경으로 포함되는 경우 등과 같이 부수적으로 이용되어 그 양적·질적 비중이나 중요성이 경미한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에서 원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느껴진다면 이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저작물이 충분히 인식될 수 있는 크기와 형태로 포함되어 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를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게시하여 그 양도·이용허락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시장에서 이 사건 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저작권자의 저작물 이용허락에 따른 이용료 수입을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관련조항 저작권법 제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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