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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단통법 분리공시제 도입에 앞서 고려할 점은?2017-07-2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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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9355128&isYeonhapFlash=Y&rc=N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는 오늘, 그간 논란이 됐던 기본료 폐지안을 보류하는 대신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노년층과 저소득층에 대해 월 통신비 11천원을 신규 및 추가 감면하는 한편, 근거 법안이 마련되는 대로 2만원대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이하 보편요금제)를 출시한다는 내용의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국정기획위가 발표한 절감대책에는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고교, 공공기관 등에 공공 와이파이 핫스팟 20만 곳을 만들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국정기획위는 위 정책들을 통해 최대 연 46천억원의 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했는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01&aid=0009355219&isYeonhapFlash=Y&rc=N

 

대책이 발표되자 이동통신업계는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것은 물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어놓았습니다.

 



http://blog.naver.com/it-is-law/221034876679

 

지난 포스팅을 통해, 보편요금제 도입에 앞서 고려할 점들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보편요금제란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되 데이터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의미합니다. 현재 음성과 문자가 무제한이면서 가장 저렴한 데이터 요금제는 제공량 300MB34,000원 가량인데요. 즉 보편요금제는 월 1~2GB의 데이터를 기본 제공하면서 오히려 가격을 내린 요금제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당장 환영할만한 요금제일 테죠.

 

그러나 보편요금제 도입에는 다소 걸림돌이 있습니다. 먼저 기본료 폐지와 마찬가지로 헌법 본질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인데요. 헌법 제23, 37조 제2, 119조 제1, 126조 등에서 과도한 기업 재산권 행사 제한을 금하고 있음에도, 시장경제 질서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화·서비스 가격결정권을 정부가 행사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통신사는 당장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추가 투자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보편요금제가 1GB의 데이터를 제공하면 모든 가입자의 최소 사용데이터가 1GB에 수렴하게 될 것이므로, 통신사는 한꺼번에 폭증할 대용량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춰야만 할 텐데요. 이는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추후 네트워크 투자여력 감소로 이어져 5G시대 국내 통신사들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며, 종국에는 서비스 안정성 저하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됨은 물론 이용자 불만이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통신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 여부도 ICT 생태계 전반을 염두에 두고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이동통신사업자와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분리하여 공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의 개선에 관한 법률(일명 단통법, 이하 단말기유통법)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http://blog.naver.com/it-is-law/221013735057

 

사실 단말기유통법은 제가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입법에 직접 관여했었던 법입니다. 변호사로서 약 3년간 국회 입법 및 정책을 담당하는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저는, 법안 발의에 앞서 사전에 민간단체·기업·정부·국회 입법조사처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안 발의 이후 상임위원회 심사·통과를 위한 실무 작업 전반을 두루 짚었으며, 그 기간 동안 수백 개에 이르는 법률안이 처리·시행되는 데 관여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데요.

 

당시 단말기유통법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분리공시제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입장이 반영되어 결국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비로소 시행되었었습니다.

 

단말기 보조금 = 통신사가 지급하는 지원금’ + 단말기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

 

분리공시제란 간단히 말해 휴대폰 보조금을 공시할 때 휴대폰 제조업체의 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을 따로 구분해서 표기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단말기유통법 제43항은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단말장치별 출고가, 지원금액, 출고가에서 지원금액을 차감한 판매가 등 지원금 지급 내용 및 지급 요건에 대하여 이용자가 알기 쉬운 방식으로 공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개정안은 해당 조항에 이 경우 이동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지원금 중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한 장려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별도로 표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분리공시제 도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it-is-law/221029627409

http://blog.naver.com/it-is-law/221029627409

http://blog.naver.com/it-is-law/221034876679

http://www.etnews.com/20170616000170

 

그러나 분리공시제 도입은 CPND 전체 생태계에 미칠 영향 및 글로벌 시장경쟁 상황 등 국가경제 전반을 감안하여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는 전자신문 전문가기고와 언론 인터뷰, 포스팅 등을 통해 기본료 폐지나 보편요금제 도입 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과 검토사항들을 설명해드린 바 있는데요.

 

물론 통신비를 인하함으로써 가계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백번 옳지만, 정부의 무리한 간섭 결과 경쟁력이 뒤쳐져 이용자 편의성도 나빠진 영국의 통신산업 사례에 비춰볼 때 다소 강제적인 시장 개입은 차후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반에 혼란을 가져올 소지가 큽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062202109931042003&ref=naver

 

현재 통신비 인하 방안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통신사의 투자 여력 감소가 ICT 생태계 구성원 간 분쟁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는 이들 사업자 가운데 어느 한쪽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연쇄 구조로 되어 있는데요.

 

투자 여력이 감소되는 부담을 오롯이 통신 사업자가 떠안는 구조는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것이며, 장기 청사진도 제시 않은 채 정부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할 요금제를 강제로 조정한다면,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든 사업자 간 양보 없는 분쟁의 격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최종적으로 서비스 오류·불만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이용자가 떠안게 되는 문제로 귀결될 소지도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4&aid=0003832498

 

한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통신산업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했었지만 결국 단말기, 유통, 서비스가 얽힌 통신산업을 제대로 알지 못한 선무당이 사람을 잡은 꼴이라며, 통신요금은 정부가 손대면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털어놓았는데요.

 

통신요금 인하 강제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세계시장에서 도태되어버리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한때 영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정보통신기술(ICT)를 주도하는 통신강국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영국 정부가 독과점을 해소하겠다며 4개 통신회사 체제를 만들고 각 회사가 4분의 1씩 가입자를 나눠 갖도록 개입한 후 영국인들은 요금은 싼 대신 품질이 낮은 통신서비스를 쓰게 되었고 통신산업은 침체에 빠져버렸습니다.

 

통신비 인하 문제와 관련, 단통법 개정을 통한 지원금 상한제 폐지 및 위약금 상한제 도입, 공용 와이파이 개방 및 확대, 제로레이팅(특정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비용 할인·면제)활성화, 제로레이팅을 통해 플랫폼사업자로 하여금 데이터비용 일부 내지 전부를 부담케 하는 확대안, 단말기완전자급제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굳이 요금제를 강제로 조정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또한 실질적으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있는 방안들인데요.

 

영국의 사례와 기존 통신비 인하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나았는지 감안한다면,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뿐만 아니라 향후 이동통신 산업 발전과 이용자 편이까지 모두 고려하여 지속가능성을 갖춘 통신비 절감 대책을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