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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에서 차지하는 통신비 지출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년 만에 5%대를 기록했는데,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비싼 통신요금부터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0GB(기가바이트)와 100~110GB
두 가지 방식으로만 운용되는 비상식적인
5G 요금제에 대한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재정 투입이 아닌,
통신사와의 협상을 통해 오는 3분기 중간요금제 출시 등
지속적인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10일 통계청의 2021년 연간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인 가구 이상의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20만7530만원으로 전년(19만3941원)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비 증가율은 가계 소비지출 분야의
총 12개 항목 중 교육(27.5%), 오락·문화(27.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이
약 4만30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통신비가 전기료에 비해 5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5G 서비스 도입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유·무선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 것이
통신비 증가의 원인이다”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체감 물가 잡는 ‘통신비’…물가 0.1%P를 낮춰라
정부는 지난달 30일 물가를 잡기 위한
‘10대 민생안정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물가 상승이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확대와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환경에서
시작된 문제인 만큼,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물가 대책이 관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 부담 완화와 소비 쿠폰 지급 등
내수용 정책으로만 구성된 것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신비 인하가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부의 이동통신사를 향한
통신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소비자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0.6%포인트 확대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지난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5%대 물가는 부담인 상황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정부 입장에서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0.1%포인트가 아쉬운 상황이다.
정부가 중간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 인하 정책에
관심을 두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정부는 5G 중간요금제를 포함한
10대 민생경제대책이 성공할 경우,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0.1%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 개발도상국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결국 압도적으로 급등한
물가의 영향이 크다”며 “정부가 민생안정을
중요 실행과제로 생각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는데,
통신비는 물가상승률 숫자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기에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간 통신비는
정치권에서 물가와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정책적 카드로 자주 활용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시절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와이파이 무료개방을 비롯해
2020년에는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예산을
절반 이상 줄이고 청년·고령층에 선별 지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지난 2017년 4월 11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그 결과 2020년 3분기 19만8967원이던
4인 가구 통신비는
4분기 18만9788원으로 4.6% 감소했다.
2019년 4분기(20만7346원)과 비교하면 8.5%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은 당시
실질적인 서민 부담 완화 효과보다는
‘통신사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 통신사 압박 거세질 듯…중간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 필요
전문가들은 통신사의 경쟁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통신사가 스스로 통신비를 낮추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통신사와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3분기에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가
나란히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도 통신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매년 2회 발표하던
5G 기지국 점검 발표를 연말 1회로 줄였다.
기지국 점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주파수 할당 취소나 이용 기간 단축,
재할당 거부 등의 제재가 있어
통신사 입장에서는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다.
점검이 진행 중인 만큼 통신사도
정부가 추진하는 요금 인하 정책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 유영상 SKT 대표, 황현식 LGU+ 대표. /뉴스1
또 최근 LG유플러스(13,650원 ▼ 200 -1.44%)가
지난해 요청한 3.4~3.42㎓ 대역 20㎒ 주파수 경매를
원안대로 결정한 것도, 통신사의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이동통신 1~2위 사업자인 SK텔레콤(55,400원 ▼ 200 -0.36%)과
KT(36,950원 ▼ 650 -1.73%)도 주파수 확장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산업과 달리
통신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가지고
3개 기업만이 사업을 펼치고 있고,
대부분의 매출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구조다”라며
“최근 물가 비상시국을 고려하면
정책적 수단 등을 이용해 정부가 간접적이라도
요금에 관여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