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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기능 선제 대응 15대 기술 솔루션, 8대 정책 방향 제시
[보안뉴스 박미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미래 디지털 기술의 역기능에 대한 해답과 대응 방안을 제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협업 연구를 통해 미래 디지털 역기능 선제 대응을 위한 15대 기술 솔루션과 8대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연구진이 이번 발표한 연구 성과는 ‘디지털 역기능 전망과 대응 방향’으로 발간됐다. 디지털 역기능은 디지털 기술과 그 응용 서비스 활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SNS)와 같은 특정 기술이나 서비스의 역기능에 초점을 맞추거나 정보화 역기능, 사이버 역기능 등 다양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도 올해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통해 디지털 안전을 포함하는 디지털 사회의 핵심 추진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개인의 일상과 비즈니스, 사회적 관계에서 디지털 기술이 필수 인프라가 됨에 따라 디지털 역기능의 종류와 범위, 강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세대 간 정보격차, 스마트폰·소셜 미디어 과의존, 게임 중독, 사이버 폭력, 지식재산 침해, 가짜 뉴스, 인간관계 축소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디지털 역기능을 △디지털 격차 △디지털 과의존 △디지털 결정장애 △디지털 치매 등 총 20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디지털 역기능에 대비해 선제 대응 방향을 모색함으로써 디지털 역기능으로 인한 위협과 폐해를 환기시켜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되기 위해 본 보고서를 냈다. 미래 디지털 세상에서 디지털 역기능으로 인한 개인의 심리적·정서적 장애를 넘어 경제적 불평등 확대, 편견·차별·책임소재 등 윤리적 문제, 범죄·테러에 악용 등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선제적·효율적 대응을 통해 보다 안전한 미래 삶을 누리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지능형 로봇 등 첨단 ICT와 역기능 간 연관성 및 기술별 특성에 따라 역기능의 차별적 작용을 파악하고 기술 진화에 따른 2030년의 미래를 내다봤다. 아울러 대응 가능한 기술적 솔루션과 정책 방향을 동시에 제시한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에서 제시된 기술 솔루션이 상용화된다면 디지털 역기능으로 인해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간 사회적 신뢰 형성 등 보다 나은 사회·공동체 형성을 위한 효율적 기술과 정책 개발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이 제시한 기술적·사회적 파급성과 효과성이 높을 15대 기술 솔루션으로는 △개인 맞춤형 가상비서 △인간과 AI의 창의적 협업 지원 기술 △디지털 금융범죄 탐지 기술 △알고리즘 신뢰성 확보 기술 △디지털 역기능 전문 디지털 치료서비스 등을 들었다. 아울러 8대 정책 방향으로는 △디지털 포용 및 신뢰 지향의 사회적 자본 확충 △디지털 역기능 대응 교육·참여 확대 △AI-인간의 협동형 직업·직무 개발 등을 제시했다.
ETRI 김명준 원장은 “미래에는 디지털 역기능으로 인한 정신·신체·경제활동·공공안전 등에 대한 영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보고서가 제시한 디지털 역기능 기술 솔루션과 정책 방향이 미래 디지털 역기능에 선제적 대응과 인간-디지털 기술 간 안전한 공존 사회를 견인하는 초석이 되는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ISTEP 정병선 원장도 “이번 연구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협업 연구를 통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가 R&D 전략과 기획 수립에서 시너지 창출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향후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ICT 환경에 대응한 핵심 이슈에 대해 정부출연연구기관 간 연구 협업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주요국들이 디지털 역기능에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관련 기술 개발 및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역기능에 대한 대응 방향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펴낸 보고서는 KISTEP 및 ETRI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미영 기자(mypark@boannews.com)]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3/20/SFIUS7MRSJA53P4XEU6I65HOZY/
음식점·카페·영화관 등에서 무인 주문이 확산하면서 키오스크 수업을 찾아 듣는 고령층도 늘고 있다.
어르신 분들은 지문이 닳아서 무인 민원 발급기에서 지문 인식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저번에 현장 실습 갔을 때, 열 분 중에 세 분은 안 돼서 돌아왔거든요.”
17일 경기 성남시 평생학습관. 디지털 문해 교육 강사 노승유씨가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쓸 때 불편한 점을 알려주자 60세 이상의 학생들 사이에서 “맞아! 맞아!” 공감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20여명의 학생은 이날 패스트푸드점·카페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법을 배웠다.
수업을 마치고 박기자(67)씨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를 꺼냈다. “식당 앞 키오스크에서 30분을 헤매고 있더라고요. ‘취소’나 ‘되돌리기’라고 적혀 있질 않으니까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할 줄 모르고....” 이명섭(72)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몇 번 써봤는데 처음엔 잘못 누를까 봐 불안해서 더 당황하게 되더라”면서 “시간을 주면 천천히 따라갈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한테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고 했다.
서울 조계사에 설치된 키오스크 보시함. /KG이니시스◇무인 보시함까지… 급증하는 키오스크최근 트위터에선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해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엄마의 사연이 1만7000회 넘게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가 집에 돌아왔다”면서 “(엄마가) 말하다가 ‘엄마 이제 끝났다’며 울었다”고 썼다.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는 젊은 사람도 쓸 때마다 헤맨다””UI(사용자 환경) 디자인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젊은 사람한테도 어렵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아르바이트생 대신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들이 급증했다. 숙박 플랫폼 업체 ‘야놀자’는 자사 키오스크 판매량이 “코로나 이후 월평균 63%씩 증가했다”고 했고, 병원 예약 플랫폼 ‘똑닥’도 지난해 12월 자사 키오스크를 새로 도입한 병원 수가 전년 대비 13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요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대기업까지 키오스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키오스크는 휴대전화 매장·호텔·전통시장까지 파고들었다. 조계사는 국내 종교계 최초로 기부금을 현금이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키오스크 보시함’을 설치했다.
그러나 동네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를 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키오스크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도 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고 갑질 고객을 방지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몇몇 키오스크들은 직원이 도와줘야만 알 수 있는 불편한 시스템 때문에 원래 목적이었던 효율성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어르신이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젊은 사람도 어려워서 헤맨다16일 손님이 밀려드는 점심 시간,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앞에 선 직장인 김모(29)씨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햄버거 세트를 선택하고, 감자튀김과 음료수 종류까지 골랐건만 ‘주문 완료’ 버튼이 없다. 파르르 흔들리는 손가락으로 완료 버튼을 찾아보지만 ‘취소’와 ‘장바구니 추가’ 버튼뿐이었다. 기다리던 뒷사람이 조용히 다른 줄로 옮겨가는 게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장바구니 추가 버튼을 눌렀더니 키오스크는 “함께하시면 좋은 메뉴”라며 추가 주문을 권했다. 스마트폰에는 익숙하지만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는 처음이라는 김씨는 “세트는 묶어서 파니까 세트 아닌가. 왜 기본 구성품인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일일이 선택해야 하냐”며 짜증을 냈다. “말로 주문하면 30초 만에 끝날 텐데 바쁜 시간에 어떤 점원이 추가 메뉴까지 추천하고 있겠어요.”
이날 20~30대 손님 10명의 키오스크 이용 시간을 쟀더니 평균 1분 44초가 걸렸다. 대부분 13~16번 화면을 누른 끝에 주문을 마쳤다. 키오스크가 반응하지 않아 여러 번 화면을 누르는 사람, 메뉴를 못 찾겠는지 화면 위에서 헛손질하는 사람도 보였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고객은 “소비자 편의를 위하는 척하지만, 자꾸 추가 주문을 요구하면서 결제를 지연시켜 대인 주문보다 훨씬 비효율적”이라면서 “실제 사람이 주문을 어떻게 받는지 생각해보고, 그에 맞춰 키오스크를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도 키오스크 주문에 실패한다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수도권 키오스크 800대를 조사한 결과, 정보 취약 계층의 접근성 수준은 평균 59.8점이었다. 영화관·공항·터미널·종합병원 등 대부분 장소에서 60점을 넘지 못했고, 음식점·카페·패스트푸드 가게가 50.5점으로 가장 낮았다. 은행(74.8점), 관공서(70점)는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홍경순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점원에게 주문할 땐 ‘세트 주세요’ 하면 되는데, 키오스크에선 불필요한 선택지가 많다”고 했다. “키오스크 사용법도 천차만별이라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 익혀야 하니, IT 기기 습득이 느린 어르신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고령자의 키오스크 사용 경험을 연구한 최종훈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부끄럽지만 UX(사용자 경험) 디자인 전공자인 저조차 키오스크 주문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떠올릴 수 있는 메뉴는 한정적인데 지나치게 많은 메뉴가 펼쳐지니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요. 유행에 따라 버튼의 테두리를 없애는 디자인을 쓰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일반 글자인지 눌러야 하는 버튼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최 교수는 “고령자를 위해 모든 메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종이 메뉴판을 비치해 미리 숙지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교육용 키오스크를 개발한 지아이에듀테크의 박윤오 이사는 “어르신은 키오스크 문화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화면 크기나 버튼 모양이 조금만 바뀌어도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에서 고령층도 쉽게 쓸 수 있도록 표준화된 키오스크 권장안을 제공해주면 매번 새로 익혀야 하는 어려움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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