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절벽에 차가 걸려 죽을 위기에 놓인 강모연(송혜교)이 휴대폰에 대고 유시진(송중기)에 대한 사랑 고백을 녹음하는 장면이 나왔었죠. 만약 차가 떨어져 사망했다면 그 고백이 유언이 될 뻔한 장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생전에 남긴 마지막 말을 유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평생 숨겨온 비밀을 털어놓을 수도 있겠죠. 물론 형식이나 내용을 따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법적인 의미의 유언은 좀 다릅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다뤘었는데요. 그렇게 몇 가지의 형식과 방법을 엄격히 정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유언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유언사항에도 제한을 두고 있죠.
법적인 유언은 간단히 말해, 만 17세 이상의 의사능력 있는 사람이 법이 정한 방식에 맞춰 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녹음으로 하는 유언도 민법이 정해놓은 유언의 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서두의 ‘태양의 후예’ 사례와 비교해 녹음유언의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녹음에 의한 유언
민법은 유언의 방식 중 하나로서, 녹음에 의한 유언을 정하고 있습니다. 유언자가 육성으로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말하고, 증인도 육성으로 유언의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말하여 녹음하는 것입니다(민법 제1067조).
증인(상속인 제외)은 1명이면 되지만, 유언의 정확함과 자기의 성명을 구술할 수 있고, 유언자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청취능력과 이해·구술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증인에게도 최소한의 의사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녹음이란, 음반, 테이프, 필름 등의 녹음장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음성이 기록되는 장치를 말하는 것이죠. 따라서 카메라를 이용해 음성이 동시녹음되는 동영상도 이에 해당합니다.
요즘엔 스마트폰을 이용해 드라마의 장면처럼 녹음을 한다거나, 동영상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극 중의 장면을 법적인 유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법이 정한 방식을 지키지 않았고, 유언사항도 법으로서 다룰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장면에 대입해보자면,
1) 먼저 ‘녹음에 의한 유언’의 형식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극 중에서는 성명과 연월일을 말하지 않았고, 증인이 없었죠. 사실 극의 장면에서 형식을 꼬박꼬박 지키고, 난데없이 증인이 나타나는 것도 웃긴 일이겠지만, 법적으로만 따진다면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2) 법적인 의미의 유언은 민법에서 정한 가족관계(예:친생자관계확인), 재산의 처분, 상속, 유언의 집행에 관한 사항에 한해서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외의 사항은 유언을 하더라도 효력이 없는 것이죠. 즉, 극 중에서 남긴 말은 유언이라기보다는 ‘고백’에 그치는 셈이 됩니다.
요약하자면, 교통사고로 인해 절벽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상황에서 휴대폰에 급히 상속에 관한 유언을 남길 시에는, 유언의 취지, 성명, 연월일, 증인의 확인 등을 녹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죠.
‘태양의 후예’뿐만 아니라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유언을 녹음하거나 촬영하는 장면이 가끔 나오곤 합니다.
다만 현실에서 그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이 정한 방식을 철저히 지켜야한다는 것을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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