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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미 작성된 유언장, 고치거나 없애고 싶다면?(유언의 변경·철회)2017-06-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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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증서부터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그리고 구수증서까지 총 5가지의 유언방식에 대해 설명해 드렸는데요.

법이 정한 엄격한 절차를 지켜 만들어진 유언은 유언자의 생전의 의지를 이행하는 강제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만약 유언이 만들어진 이후에 주변 상황이 달라지거나 유언자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고 해도 유언이 그대로 이행되어야 하는 걸까요?

얼마 전 상담을 해드린 어르신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남 2녀를 둔 할아버지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려고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법이 많이 바뀌어 유언이 없으면 자녀들 모두 똑같이 나눠가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되셨죠. 그래서 부랴부랴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하셨습니다.

이후 몇 년이 흘러 노쇠해진 할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믿었던 장남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할아버지를 거의 돌보지 않았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없이 혼자 병치레를 해야 했던 할아버지는 점점 장남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딸이 해고당한 남편 대신 마트에서 일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장남에 대한 원망과 더불어 큰 딸을 비롯한 다른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결국 마음을 바꿔 유언장을 다시 쓰기로 했지만 이미 유언을 해둔 것이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셨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처럼 이미 작성된 유언을 바꾸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습니다.


 


(1) 유언의 변경

유언자는 언제든지 법이 정한 5가지의 유언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을 사용하여 이미 유언한 것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이미 작성된 증서에 추가·삭제할 내용을 직접 쓰고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만약 5가지의 유언방식을 사용하여 내용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유언증서를 파기하면 유언은 없었던 것이 됩니다.(민법 제 1110조 - 파훼로 인한 유언의 철회) 

(2) 유언의 철회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8조 제1항). 또한 유언자는 어떤 방법으로도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1108조 제2항). 간단히 말해 유언의 철회는 유언자의 절대적인 권리인 것입니다.
이렇게 철회된 유언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1) 유언을 통한 유언의 철회

앞서 말씀드린 유언의 변경이 ‘방법’이라면 유언의 철회는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언이 변경되었다면 변경되기 전의 유언은 철회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변경되기 전과 후의 유언 내용이 서로 충돌한다면 당연히 변경 후의(최근의) 유언이 효력을 갖게 됩니다.


2) 생전행위를 통한 유언의 철회

유언을 한 뒤 유언자가 생전에 그 내용에 모순되는 행동을 한다면, 모순되는 부분의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1,000평 규모의 땅을 자녀들에게 고루 나눠주겠다는 유언을 한 뒤, 생전에 자녀 한 명에게 증여하였다면 유언은 철회된 것입니다.

3) 유언철회의 취소

⓵ 유언에 의해 유언이 철회된 경우,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었거나 사기·강박이 있었다면 철회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언철회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데요. 예를 들어 유언의 철회 이후,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가 유언과 관련된 재산에 대해 계약 등 거래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착오·사기·강박을 이유로 철회를 취소한다면 제3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⓶ 생전행위에 의해 유언이 철회된 경우, 생전행위를 한 사람이 무능력자이거나 그 생전행위가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었거나 사기·강박에 의한 것이라면 취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어, 철회를 취소한다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유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유언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미 유언장이 작성되었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유언을 고치거나 없앨 수 있고, 유언에 따라 행동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꼭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 관련판례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어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보기 위한 요건과 그 저촉 여부 및 범위에 관한 판단 기준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1109조에 의하여 그 저촉된 부분의 전(前)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보지만, 이러한 생전행위를 철회권을 가진 유언자 자신이 할 때 비로소 철회 의제 여부가 문제될 뿐이고 타인이 유언자의 명의를 이용하여 임의로 유언의 목적인 특정 재산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더라도 유언 철회로서의 효력은 발생하지 아니하며, 또한 여기서 말하는 ‘저촉’이라 함은 전의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의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음을 가리키되 법률상 또는 물리적인 집행불능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후의 행위가 전의 유언과 양립될 수 없는 취지로 행하여졌음이 명백하면 족하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저촉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라도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아니면 그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게 된 유언 부분과 관련시켜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유언 후 재혼하거나 유언증서에서 유증키로 한 재산의 일부를 처분한 사실만으로 다른 재산에 대한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망인이 유언증서를 작성한 후 재혼하였다거나, 유언증서에서 유증하기로 한 일부 재산을 처분한 사실이 있다고 하여 다른 재산에 관한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관련조항


민법 제1108조(유언의 철회)


① 유언자는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

② 유언자는 그 유언을 철회할 권리를 포기하지 못한다.

민법 제1109조(유언의 저촉)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후의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는 경우에는 그 저촉된 부분의 전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

민법 제1110조(파훼로 인한 유언의 철회)


유언자가 고의로 유언증서 또는 유증의 목적물을 파훼한 때에는 그 파훼한 부분에 관한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