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상해,폭행,협박)

 
제목[무죄판결] 같이 술을 마시던 친구를 때려 상해(골절상)를 입혔다는 누명을 쓴 사건2017-05-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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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술자리에서 취중에 평소 쌓였던 감정이나 불만을 표출하곤 합니다. 평소 꺼내기 힘든 말이다 보니 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지만, 듣는 상대방도 술에 취한 상태라면 순식간에 감정이 격앙되어 몸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요.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한 상태라면, 멱살을 잡거나 주먹을 날리다가 스스로 넘어져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몸싸움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하나, 다친 결과만을 두고 이를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을 텐데요. 그러나 다친 사람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며 고소라도 한다면, 몸싸움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 가해자로 몰려 억울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107946


얼마 전 대법원이 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1,2심에서는 피해자 진술과 진단서를 토대로 재판부가 상해죄를 인정, 벌금형을 선고한 사건이었는데요. 


그러나 대법원은 상해진단서의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의사가 진술하는 진단서 발급의 근거 등 여러 사정을 볼 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상해진단서가 피해자의 주관적 호소에 의존해 발급된 것으로 의심될 때에는 그 증명력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향후 유사한 사건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몸싸움 중 스스로 넘어져 다친 사람이 마치 폭행당해 다친 것처럼 진단서를 발급받아 고소한다면, 진단서의 객관성 및 신빙성에 대한 의심을 통해 무죄를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이와 비슷한 상해사건의 변호를 맡아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의뢰인은 친구(이하 피해자)와 술을 마시던 중 시비가 붙어 서로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을 했는데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있던 피해자가 그 과정에서 스스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음에도 마치 의뢰인의 폭행으로 인해 부러진 것처럼 고소하는 바람에, 의뢰인은 상해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의뢰인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때리고 발로 몸통을 수회 걷어찼다고 진술했는데요. 피해자가 증거로 제출한 진단서에도 갈비뼈 골절이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며 4주간의 치료를 요한다고 기재되어있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수사 과정에서부터 절대 합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왔고 의뢰인 역시 폭행 사실을 일절 부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죄를 주장해야만 했는데요.


우선 피해자가 제출한 피해사진 및 진단서에 대해, 비록 피해자의 갈비뼈가 부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의뢰인의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진단서 내용과 피해자 진술은 확증 없는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사건 당시 상황을 일부 목격했던 술집 주인을 설득하여, 피해자가 몹시 만취한 상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해 스스로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받아낼 수 있었는데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피해자는 뒤늦게 태도를 바꿔 금전적인 화해를 제시하였지만 의뢰인은 이를 거절하였고, 추후 재판 과정에서 1)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점, 2) 실제 피해자가 스스로 넘어진 사실, 3) 상해의 결과가 피해자 본인으로부터 유발되었을 개연성 등을 강하게 주장·입증한 결과 결국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폭행·상해 등 폭력범죄 초범은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은 이상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용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벌금형을 받거나 합의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요. 


그러나 소액의 벌금형이라 해도 결국 전과인 만큼, 저지르지도 않은 죄에 대해서는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끝까지 무죄를 주장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관련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