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유소협회 김진욱 고문변호사] 정유사에 계약 종료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유사로부터 계약기간 자동연장 통지와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다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3634477 어릴 적, ‘주유소 사장님’이란 직업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신용카드가 흔치 않았던 시절, 월급쟁이들은 꿈도 못 꿔볼 현금다발을 단 하루 만에 만진다는 이야기가 돌았었죠. 하긴 승용차마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TV에서나 보던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주유소 사장님’을 보며, 나도 주유소 집 아들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철없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나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사라지면서, 주유소 사장님이 부자라는 절대공식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자영업자분들의 사정도 마찬가지겠지만, 요즘 주유소업계는 알뜰주유소 증가, 저유가 및 가격 경쟁에 따른 영업이익폭 감소,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거나 폐업에 이르는 경우가 무척 많아졌는데요. 심지어는 주유소업 특성상 폐업에 필요한 억대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등록만 한 채 영업을 하지 않는 ‘유령 주유소’마저 대폭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유령 주유소는 전국에 1천여 곳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유소 폐업·휴업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http://www.fnnews.com/news/201708290858501744 https://blog.naver.com/it-is-law/221090020196 이처럼 업계 사정이 악화되면서, 지난 해 8월에는 주유소 사업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 카드수수료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주유소협회 고문변호사인 제가 위임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이번 소송에는 약 20명의 주유소 사업자가 청구인으로 참여하였으며, 소송 진행 중에도 지속적으로 청구인을 확대해나갈 계획에 있는데요.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으로 휘발유 1리터를 1,500원에 주유할 경우 세금은 약 900원에 달하는데, 세금 900원에 대한 부분은 주유소 매출과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주유소가 이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며, 실제로 주유소 사업자들이 지불한 유류세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주유소 한 곳당 연간 약 3천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즉 정부가 주유소를 통해 연간 약 24조원의 유류세를 징수하면서도 징세 협력자인 주유소에게 혜택은커녕 정부가 부담해야 할 카드수수료를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는 바, 유류세는 정부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인 만큼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는 정부가 부담해야 하며, 그동안 주유소 사업자들이 정부를 대신해 부담해왔던 유류세 카드수수료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본 소송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938402&cid=43667&categoryId=43667 한편 주유소들의 경영 악화 일로는, 계약을 통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정유회사와의 갈등까지 초래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특정 정유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기름을 공급받는 이른바 정유사 폴(Pole) 주유소는 그 유통구조상 정유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과 달리, 알뜰주유소 등 이른바 무폴(無Pole) 주유소는 특정 정유사로부터만 기름을 공급받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가격과 경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밖에 없는데요. 당연히 정유회사로서는 무폴주유소보다는 자사 폴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형식이 훨씬 이득이 크다보니, 지속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자사 기름만을 공급받을 것을 요구하겠죠. 그러나 공급받은 기름 대금마저 결제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이 심한 자사 폴주유소에 일방적인 계약 연장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다면, 개인사업자 혹은 소규모 법인에 불과한 주유소는 대기업 정유사의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거나 혹은 힘겨운 소송전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얼마 전 제가 한 주유소로부터 위임받은 「손해배상 등 청구의 소」 역시, 작은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개인사업자와 이름만 대면 모두가 다 알 법한 한 메이저 정유사가 ‘계약기간 연장문제’를 놓고 벌인 법적분쟁이었습니다. 제게 소송을 위임하신 주유소(이하 의뢰인) 사업자께서는, 몇 년 전 한 정유회사(이하 상대방)와 회사 상표사용 및 석유제품 매매에 관한 기본계약(이하 이 사건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다년간 주유소를 운영해왔습니다. 첫 계약서 작성 당시 계약기간은 1년이었으나 별도 의사표시가 없을 경우 계약기간은 1년씩 자동 연장되고, 만약 계약의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및 위약벌 책임이 발생한다는 게 주된 계약조건이었는데요.
https://ko.wikipedia.org/wiki/%EC%86%90%ED%95%B4%EB%B0%B0%EC%83%81 [손해배상과 위약벌] 오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다년간 사업을 유지해온 의뢰인은 결국 적자가 누적되어 기름 대금마저 결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정유사 측 담당 직원에게 계약 만료 몇 달 전부터 계약 종료 의사를 여러 번 표시한 뒤 계약 만료와 함께 타인에게 주유소를 매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정유사 측은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되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의뢰인에게 계약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및 위약벌 책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저는 상대방 측 주장에 대해 1) 의뢰인이 정유사 측 담당 직원에게 이 사건 기본계약의 연장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과, 2) 의뢰인의 해지권 행사 방법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약관 조항의 효력 문제를 들어, 의뢰인의 손해배상 및 위약벌 책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우선 1) 의사 표시 부분의 경우, 의뢰인은 계약 만료 몇 달 전 이미 정유사 측 담당 직원에게 주유소 운영과 관련한 금융비용 과다 및 유가 급락 등 영향으로 인해 정상적인 주유소 운영이 어려워 이 사건 기본계약을 더 이상 연장할 수 없다는 취지를 전달한 바가 있었는데요. 나아가 의뢰인은 해당 직원에게 주유소를 매각해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까지 있었으며, 심지어 의뢰인이 더 이상 석유제품을 추가로 매입할 자금이 없는데다 기존 매입대금까지 지불할 여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해당 직원은 자신의 돈으로 매입대금 중 일부를 대신 결제해 준 사실까지 있었습니다. 즉 이러한 사실들에 미뤄 의뢰인이 기존에 자동 연장된 계약기간을 더 이상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아야 하며, 그에 따라 이 사건 기본계약이 기간 만료에 따라 자동 종료되었다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또한 2) 이 사건 기본계약의 경우, 석유제품 공급자인 정유사가 작성한 계약서가 공급계약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이므로 「약관」에 해당하며, 법률에 따라 몇 가지 불공정약관 조항은 그 효력이 부정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의 당사자는 정해진 기간이 종료되면 계약관계도 종료된다고 믿는 것이 보통이므로 보통거래약관의 해석에 있어서는 이러한 고객의 일반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데요. 만일 보통거래약관에 의한 계약에 있어 상대방 의사 확인절차가 없는 묵시적 기간연장 및 갱신이 인정된다면 계약당사자의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예를 들어 계약기간 종료 시 기간연장을 거절하는 의사표시를 제때에 또는 약관상 정해진 방법으로 하지 못하는 부주의 등으로 인해 계약관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계약에 따른 의무이행을 강요당하게 됨으로써 고객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수 있겠죠. 본 사안의 기본계약의 경우도, “계약만료 기간 ○○일 전까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오로지 ‘서면 통지’로 계약기간의 연장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시하지 아니하면 별도 합의 없이 묵시적으로 기간이 자동 연장된다.”라고 기재돼 있었던 바, 이는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불리한 조항이자 신의성실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조항이며, 동시에 고객의 해지권 행사 및 그 방법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다수 조항을 위배하는 ‘무효의 조항’이라는 주장을 펼쳤던 것입니다. 다만 앞서 의뢰인이 정유사 측 담당 직원에게 주유소를 매각해달라는 부탁을 하던 당시, “만약 의뢰인을 통해 주유소가 매각되더라도 계속 자사를 이용하도록 해 달라.”는 직원의 요청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의뢰인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비록 어렵사리 구매자를 찾아 주유소를 매각하긴 했지만, 이후 구매자가 정유사와의 거래를 일체 거부한 것을 두고 재판부는 의뢰인에게도 책임 일부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양 측의 입장이 전혀 좁혀지지 않자, 결국 재판부는 수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및 위약벌 책임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대신 그 중 일부에 불과한 수백만 원 상당의 금액을 분할해서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정유사 측이 나머지 청구를 포기함에 따라 비교적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유소 사업자와 정유사의 분쟁은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해 소송으로까지 번질 경우 변호사 상담 및 선임을 통해 보다 전문적으로 대처하실 것을 권해드리며, 앞서 말씀드린 「유류세 카드수수료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 참여 등을 통해서도 주유소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할만한 방안을 모색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