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 직원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중 한 은행 직원들이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은행 어플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요. 스마트폰에 어플만 깔면 몇 천원 상당의 커피 쿠폰을 무료로 준다면서제 직원을 끌어당겼다고 하더군요. 은행 직원이 빠른 설치를 도와준다며 대신 어플을 설치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중 ‘제3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란에 터치하는 걸 보고 제지하자, 동의하지 않으면 쿠폰을 드릴 수 없다고 하며 설치를 권했다고 하는데요.
사실 공짜 커피는 어플 설치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였던 것이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몇 천원 상당의 커피 한 잔에 어디에 쓰일지도 모를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은 위험성이 커 보이는데요. 만에 하나 이때 제공한 개인정보가 누군지 모를 제3자에게 유출된다면 통장에 있던 돈이 자동이체 되는 등 재산상 피해로 직결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팔아넘기고 그로 인해 내 개인정보가 다른 용도로 쓰여 피해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배상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모델하우스 개인정보 유출 첫 단속, 아파트 마케팅 '초비상'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17020964371?nv=o
최근 정부부처와공공기관이 합동하여 아파트 모델하우스 현장을기습적으로 단속한 일이 있었습니다.
단속 내용은건설회사, 분양대행사,모델하우스 상담사 등의 방문고객에 대한불법 개인정보 수집 및활용 여부였는데요. 그동안 모델하우스 측에서 방문객의 동의 없이 주소,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에만 동의한 개인정보를 제3자인 인근 부동산 업체에 유·무상으로 유출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자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단속에 나선 것입니다. 실제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한 대형 건설사는 방문객의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수집한 것이 적발되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분양대행사나 모델하우스 상담사는 이전 모델하우스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후속 모델하우스 마케팅에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니, 한번 모델하우스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순간 평생 그 개인정보가 전국의 모델하우스를 떠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는 제1항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그 수집 목적의 범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형 건설사의 경우처럼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요. 법 제17조 제1항에 의하면, 단순 수집을 넘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사람 및 그 사정을 알고 제공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양대행사 직원(제공자)이 동의도 없이 방문객의 개인정보를 인근 공인중개사(제3자)에 넘긴다면 제공자와 제3자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죠. 다만 이들이 응당한 형사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형사합의나 민사소송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 좀 더 실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정보주체는개인정보 처리자가 이 법을 위반한 행위로 손해를 입으면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이때 법원은 그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또한 법 제39조의2에서는, “제39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보주체는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개인정보가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 또는 훼손된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법정 손해배상제도). 즉,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다면그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300만원 이내에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 개인정보 유출 사례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대는 우선 정보의 제공자(분양대행사 등)가 될 것이고, 더불어 고의나 과실이 있는 제3자(공인중개사 등)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데요.
다만 개인정보로 유출로 인해 발생한 실질적 피해가 없거나 그 피해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 판례상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이 인정된 경우가 있는 바,
몇 년 전 있었던 은행 등 해킹사건에서는10만원~3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이 개정되며 손해배상액은 꾸준히 상향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기관들도 과징금 부과 수위를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개인정보 침해 피해자들이 사업자들에 대한 형사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보다 폭 넓게 배상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만약 개인정보 유출피해를 입으셨다거나 유출로 인해 더 큰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입으셨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위자료, 실제 손해액뿐 아니라 징벌금조의 손해배상까지 모두 받아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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