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acrc.go.kr/acrc/board.do?command=searchDetail&method=searchDetailViewInc&menuId=050505&boardNum=67818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그저께인 12월 11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위원 간 합의로 가결했습니다. 이는 권익위가 불과 2주 전 거의 유사한 개정안을 표결 끝에 부결시켰던 것을 완전히 뒤집은 결정인데요.
비록 아직 입법예고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심사, 대통령 재가 등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설 명절 전 바뀐 시행령을 공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큰 만큼 개정안은 무난히 통과되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1054992
이번 개정안은 한마디로 3·5·10만원 상한액을 3·5(10)·5(10)만원으로 바꾸는 것이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 및 동법 시행령은,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를 각각 3·5·10만원까지로 제한했었는데요.
본 개정안이 공포될 경우 1) 음식물(식사)은 예전과 같이 3만원까지, 2) 선물은 원칙적으로 5만원까지, 단 농수축산물(화훼 포함) 또는 농수축산물이 원재료의 50% 이상인 가공품은 10만원까지 3) 경조사비(현금)는 5만원까지, 단 화환·조화만을 제공하거나 경조사비와 화환·조화를 함께 제공할 경우에는 10만원까지 허용됩니다.
즉, 농수축산물 선물 가액은 10만원으로 상향되고, 경조사비(현금) 가액은 5만원으로 하향되는 것이 본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469&aid=0000260884&date=20171212&type=1&rankingSeq=7&rankingSectionId=102
이러한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3·5·10만원 상한액을 유지하거나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농수축산업계는 선물 가액 10만원 상향도 부족하다며 아예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내어놨습니다. 이에 더해 요식업계도 형평성을 이유로 음식물 가액을 5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칫 정부가 벌집을 건드린 게 아닌가하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요.
물론 이번 개정안은 법 시행 후 침체된 농수축산물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낼 수 있겠으나, 김영란법 자체로만 봤을 땐 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며, ‘공직자 청렴성 확보 및 부패 척결’이라는 법 제정 취지까지 퇴색케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권익위 일부 위원 또한 “부정청탁금지법의 본질적인 취지 및 내용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안정적 정착 시까지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한 예외인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등 가액의 추가적인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부대의견을 통해, 개정안 통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편 본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시행 전에 제공·수수한 5만 원 이상 10만 원 이하의 농수축산물도 김영란법 처벌·제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형법 제1조 제1항이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는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규정한 동시에, 제1조 제2항 및 제3항에서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 “재판확정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형벌불소급 원칙의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인데요.
※ 소급 : 과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미치게 함.
※ 형벌불소급의 원칙 : 범죄는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해서만 처벌받고, 처벌받은 후에 제정된 법률에 의해 소급하여 소추하거나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일단 허용된 행위를 나중에 위법하게 만든다면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뿐 아니라, 사회적 준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형벌불소급의 원칙이란 변경된 법률이 행위자(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 따라서 이 원칙은 변경된 법률이 행위자(피고인)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대입하자면, 개정안 시행 전 제공·수수한 10만원 상당의 농수축산물에 대해 개정된 시행령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행위자(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므로 허용되는 반면, 개정안 시행 전 제공·수수한 10만원의 경조사비에 대해 개정된 시행령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행위자(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므로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it-is-law/220902806326
다만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정한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은 어디까지나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에서 제공된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기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내 금품 제공인지 여부는 공직자와 제공자의 관계, 사적 친분관계, 수수 경위와 시기, 직무 관련 밀접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는데요.
즉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처럼 직접적인 이해관계나 상시적인 청탁가능성이 있다면, 가액범위에 상관없이 금품 제공이 일절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시행령 상 상한액을 준수하기에 앞서, 금품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주체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에서 벗어날 첫 번째 예방책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보다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해드리며, 공공기관 및 법인은 별도의 자문계약을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