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영란법을 두고 과잉규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 위반 신고의 계기는 학생이 교수에게 드린 캔커피 하나였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스승의 날 카네이션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어놓았기 때문이죠.
사실 사제지간의 관계만 생각한다면 분명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대가성 여부를 떠나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예외 사유를 정함으로써 억울한 처벌·제재 사례가 나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 예외 사유 중 하나가 흔히 알려진 3·5·10입니다. 3만원 이하의 음식물, 5만원 이하의 선물, 10만원 이하의 경조사비는 허용된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3·5·10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앞선 포스팅을 통해 교육 관련 공직자와 학부모 사이에는 3·5·10 기준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내 아이를 잘 봐달라는 청탁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경우에 비해 직접적인 이해관계 및 밀접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비록 커피 한 잔이라 할지라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를 뛰어넘는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앞으로 교육 관련 공직자는 ‘아무 것도 받지 마라’는 이야기로 들리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상식의 결정체인 만큼, 이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상식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최근 한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원장선생님에게 생일선물을 드리는 것이 김영란법 위반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직무관련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제재대상이며, 인사권 등 강한 영향력이 있는 상급 공직자에게 하는 선물은 예외사유인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가액기준 5만원 내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했는데요.
다만 상식적인 선에서 제공하는 선물이라면 구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됩니다. 또 다른 예외사유로서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이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정해진 가액기준은 없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생일선물을 드리는 것과 소소한 생일선물을 드리는 것은 사회상규상 허용여부 판단에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십만원 상당의 옷 선물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1~2만원 상당의 영화티켓 선물은 인사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죠.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제재대상이라고 해도 목적·경위·금액에 비춰봤을 때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면 사회상규상 허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또 다른 예외사유로서 ‘공직자등과 관련된 친목회·단체 등 모임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 또한 제재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내부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 내부기준 역시 상식적으로 허용될만한 수준이어야 할 것이며, 그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생일선물이라면 허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내부기준을 문서화하고 회계장부나수첩에 기록한다면, 제재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소명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 해석보다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해드리며, 공공기관 및 법인은 별도의 자문계약을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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