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결혼 후 외도하거나 가정에 충실하지 않을 상황을 걱정해 결혼 전에 각서를 쓰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일전에 상담한 예로, 30대 주부인 김하늘(가명)씨는 결혼 전 남편인 최만수(가명)씨의 바람기를 걱정해 혼전 각서를 요구했는데요. 배우자가 바람피울 경우 유책 배우자는 재산 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였습니다. 최만수씨는 자신은 절대 바람날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하며 기꺼이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한지 4년 후 최만수씨가 회사 후배와 불륜을 저질렀고 아내인 김하늘씨가 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크나큰 배신감에 김하늘씨는 최만수씨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최만수씨는 혹여 불리한 상황에 놓일까 맞소송 했습니다. 김하늘씨는 최만수씨와의 이혼 공방을 다투면서 혼인 전에 작성한 각서를 제출했는데요. 과연 이 각서... 효력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효력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 법원은 혼인 전 재산계약은 유효하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에 비로소 발생한다고 보는데요. 부부가 결혼 전에 재산 분할 청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협의 이혼이 아닌 이상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이혼할 때 발생하는 권리인 재산분할청구권이 결혼 전에는 없는 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결혼 전에 작성한 재산 분할 청구 포기 각서의 권리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은 권리라 각서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결혼 생활이 틀어져 이혼을 하는 경우에 혼전 각서가 중점적으로 작용하진 않는 상황입니다. 특히 아무리 부부가 합의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불륜이나 폭행 같이 위반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건 더더욱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법원에서 재산 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혼전 계약서의 내용 및 각서가 증거 자료로 제출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 부부가 많이 작성하는 혼전계약서는 어떨까요? 종교, 가족, 양육, 가사분담, 채무 등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해 부부간 지켜야 할 여러 조건을 담은 혼전계약서도 마찬가지로 법적 효력이 없을까요? 결론은 ‘제한적이다’입니다. 외국 영화를 보면 흔히 등장하는 혼전 계약서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효력을 크게 발휘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혼전 계약서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은 낯설기도 하고, 이를 강제할만한 제도나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결혼 후 부부의 재산과 관련한 계약 사항은 민법상 효력을 갖습니다. 민법 829조에 따르면 결혼 전에 ‘부부재산계약‘을 통해 당사자끼리 자유로이 재산관계에 대한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민법 제829조(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 ①부부가 혼인성립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재산관계는 본관중 다음 각조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②부부가 혼인성립전에 그 재산에 관하여 약정한 때에는 혼인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 ③전항의 약정에 의하여 부부의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을 관리하는 경우에 부적당한 관리로 인하여 그 재산을 위태하게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자기가 관리할 것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고 그 재산이 부부의 공유인 때에는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④부부가 그 재산에 관하여 따로 약정을 한 때에는 혼인성립까지에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⑤제2항, 제3항의 규정이나 약정에 의하여 관리자를 변경하거나 공유재산을 분할하였을 때에는 그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이로써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혼인신고 전에 체결하고 등기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며, 혼인신고 후에는 가정법원에 허가를 받아야만 계약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각서와 마찬가지로 ‘결혼 중’에만 유효해 이혼을 하게 되면 동시에 법적 효력이 소멸됩니다. 재산 분할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동 재산의 형성과 유지에 대한 기여도‘입니다.
개인이 이런 기여도를 일일이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원활하게 해결하시길 추천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