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it-is-law/221003906840 지난 공공기관 법률자문 사례를 통해,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한 기업이 손해배상 조의 공탁을 했을 때 공탁금 외에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드렸는데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R&D규정, 협약서 등을 살펴볼 때 반드시 본 건 횡령 금액을 공탁금 범위 내로 한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공탁금에 한정됨 없이 교부한 보조금 전액 환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횡령은 형법에서 정한 범죄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피해금액을 돌려주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게 되겠죠. 다만 횡령 사건에서 피해금액 반환(회복)은 형의 감경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횡령금액을 실제로 반환했는지 여부에 따라 혹은 반드시 반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강도가 달라지며, 피해금액을 반환받은 피해자가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주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공공기관 횡령 사건에서 피의자인 임직원과의 합의는 관련법령, 소관부처 및 내부 규정과의 충돌은 물론 경우에 따라 업무상배임 문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합의 전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습니다. 횡령 사건은 아니지만 유사한 예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국세청과의 항소심 과정에서 재판장의 조정 권고에 따라 일부 법인세만 환급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가 업무상배임 혐의를 받은 일이 있었죠.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7010354971 저도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한 공공기관(이하 기관)으로부터 임직원과의 합의와 관련된 자문을 의뢰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기관은 한 임직원의 횡령 및 절도사건으로 인해 수 천 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는데요. 검찰 공소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임직원 측 변호인이 변제계획이 포함된 이행각서를 공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선처를 요구하는 합의서에 날인을 요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금액 전액을 일시에 변제받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변제하겠다는 이행각서를 받은 것만으로 합의에 응하는 것은 업무상배임에 해당할 우려가 있었으며, 그 외 관련법령 및 규정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합의의 적법성에 관한 자문을 의뢰해오셨는데요. 이에 대해 저는 1)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기관이 해당 직원과 이행각서를 근거로 합의를 하는 것은 업무상배임에 해당하지 않으나, 2) 관계법령의 취지, 기관의 징계규정, 형사소송법상 손해배상금 공탁 등 절차가 존재하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먼저 법령에 따른 강제 환수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 재산 부재 등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임의변제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여도 무방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횡령, 배임)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의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그러한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여기서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대법원 판례상,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 내용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데요. 또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일단 손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이상 나중에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하여도 배임죄는 성립합니다. 본 사안을 살펴보자면, 피해금액 전액을 실제로 변제받지 않았음에도, 매월 일정액을 변제하겠다는 이행각서만으로 합의에 응하는 것은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 있는 것이죠. 그러나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행의 고의가 존재해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상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고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다는 의사’와 그러한 ‘손익의 초래가 자신의 임무에 위배된다는 인식’이 결합되어 성립하는데요.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예를 들어 해당 임직원의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여 횡령 등 피해금액에 대해 즉시 환수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할 변제하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피해자인 기관으로 하여금 피해금액을 온전히 배상받지 못할 위험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입니다. 다만 관계법령 및 기관의 내부규정을 종합할 때, 본 사안의 경우에는 우선 즉시 횡령·절도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피해금액 환수조치 절차를 진행하되, 만약 강제 환수절차에도 불구하고 해당 임직원의 보유 재산이 없어 환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등 사정을 확인한 이후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이 신의성실의무를 다함과 동시에 문제 제기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함께 개진한 것인데요. 이처럼 공공기관 임직원의 횡령사건 발생 시 임의적인 합의는 업무상배임 소지가 있으므로, 변호사의 관련법령 검토를 거쳐 피해금액 환수 및 합의를 진행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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