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란 일정한 법률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두 개 이상의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 성립하는 법률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계약은 내용에 따라 물권계약, 채권계약, 신분계약 등으로 구분되며, 이 중 ‘채권계약’을 좁은 의미의 계약이라고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쌍무계약’이란 계약 당사자가 서로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계약의 경우,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의 인도 및 소유권이전의무를, 매수인은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는 것이죠. 이러한 쌍무계약에 있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의 의무는 ‘동시에 이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민법 제536조(동시이행의 항변권)에서는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은 상대방이 그 채무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의 채무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굳이 민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물건을 언제 줄지도 모르는데 덜컥 돈부터 내놓으라고 하는 건 분명 공평하지 않은 일인데요. 공공기관이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이라 해도, 이는 사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법령에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시이행의 항변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http://blog.naver.com/ppspr/220965842783 제가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한 공공기관에서 의뢰받은 자문사안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해당 기관을 제3채무자로 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송달받은 것이 문제시되었습니다. 당시 기관은 한 건설회사와 수십억 규모의 신축건물 공사계약을 맺고 있었던 바, 공사 진행 도중 건설회사가 기한이 도래한 다른 채무를 갚지 못하는 바람에 발생한 상황이었는데요. 즉 ①채권자가 ②채무자(건설회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채권자는 건설회사가 해당기관에 대해 갖고 있던 공사대금 채권을 압류하려는 목적으로 법원으로부터 기관을 ③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아냈던 것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기관이 공사대금 채무를 이행해야 할 대상이 ②채무자(건설회사)에서 ①채권자로 바뀐 상황이었죠. 전부명령은 민사집행법에서 규정한 강제집행절차 중 하나로, 압류된 채권을 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법원의 결정을 말합니다. 전부명령에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권에 관한 지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본 사안의 경우 기관(제3채무자)이 건설회사(채무자)에게 임의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다분했는데요. 사실 기관으로선 공사만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누구에게든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지만, 문제는 당시 공정율이 건설회사에 기 지급한 선급금에도 상응하지 못할 정도로 턱없이 낮다는 점이었습니다. 만약 제3채무자인 기관이 채권자에게 본 사안의 전부채권(전부 명령에 의하여 압류 채권자에게 이전된 채권)을 변제해야 한다면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었으므로, 기관은 향후 진행해야 할 절차에 관한 법률자문을 의뢰해오셨습니다. 저는 본 사안에 대해 1) 현재 상황에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의 제3채무자인 해당기관은 채무자인 건설회사에 대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고, 이를 위반하여 임의로 채무자의 지급청구 등에 응한다 해도 채무소멸행위의 유효성을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2) 그와 별도로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의 채무자인 건설회사가 기관에 대해 가지는 공사대금 채권은 건설공사 완료에 따른 반대급부 성격이므로, 기관은 건설회사에 대해 공사완료와 대금지급의 동시이행항변권을 가지며, 그 항변권을 전부채권자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민사집행법에서는 전부명령이 확정된 경우, 전부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에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본 사안에 적용하자면 전부명령이 확정됨으로써 채무자인 건설회사가 채무를 변제하게 된 것인데요. 다만 법원이 압류 및 전부명령의 결정을 함에 있어서는 채무명의의 송달, 선행하는 압류명령의 존부, 피전부적격의 유무 등의 요건만 심리하므로 실제로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압류 및 전부명령의 대상이 되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그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변제의 효력이 없으므로 전부명령 확정 후 피압류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전부명령의 실체적 효력은 소급하여 실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금전채권에 대한 압류 및 전부명령이 있을 시 압류된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압류채무자로부터 압류채권자에게 이전되고, 제3채무자(기관)는 채권이 압류되기 전 압류채무자(건설회사)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쌍무계약에 있어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당사자 쌍방의 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바, 본 사안의 공사도급 계약에 있어 도급인(기관)이 부담하는 공사대금 지급채무는 수급인(건설회사)의 공사완료의무와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의무로서 양자는 그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서로 동시이행에 관계에 있었는데요. 본 사안의 공사계약에서는 선금 지급 후 나머지 잔액을 공사 완료 후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었던 바, 건설회사가 약정한 공사를 이행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이행한 공정율에 상당하는 대금을 이미 선금으로 지급받은 상태라면 건설회사가 나머지 공사대금 지급을 청구한다고 해도 기관이 동시이행항변권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그 공사대금 채권이 다른 이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동일한 항변권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직 변제기가 도래하지 않은 본 사안 공사대금 채권에 대해 압류 및 전부명령의 채권자가 전부채권의 지급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기관이 취해야 할 법적 대응은 동시이행항변권 행사로 충분하며, 별도로 채무 변제를 위한 공탁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사례였습니다. 공공기관이 맺은 계약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언론 보도를 통해 갑질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를 제기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사전에 변호사 자문을 거쳐 계약을 맺으실 것을 권해드리며, 계약 체결 이후 발생한 각종 문제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자문을 거쳐 법적 대응을 취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