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it-is-law/221003906840
지난 공공기관 법률자문 사례 8편을 통해, 정부·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한 기업이 손해배상 조의 공탁을 했을 때 공탁금 외에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드렸었는데요.
모 콘텐츠 제작 정부지원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이 한 기업의 보조금 횡령과 관련하여, 관련 규정 및 협약서에 따라 재량으로 환수위원회를 개최하고 보조금 환수를 진행하고자 했던 사안으로서, 이에 대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R&D규정, 협약서 등을 살펴볼 때 반드시 본 건 횡령 금액을 공탁금 범위 내로 한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공탁금에 한정됨 없이 교부한 보조금 전액 환수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특정 산업의 유지·육성·진흥을 목적으로 교부되는 국고보조금 제도는, 각종 부정수급 사례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비록 일부라고는 하나,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눈먼 돈 취급하는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데요.
국고보조금이 공정하게 집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정수급 및 횡령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은 물론 조속한 환수 조치가 이뤄져야겠죠.
다만 앞선 사례처럼 보조금 부정수급, 횡령 등 법률 위반행위가 명확히 드러나는 경우에는 형사고소 및 환수 조치를 진행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겠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법률 위반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사례로 제가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한 공공기관으로부터 의뢰받았던 자문 사안의 경우, 모 방송콘텐츠 제작사(이하 제작사)가 보조금 신청서에 ‘저작권 단독 보유’라고 기재한 내용이 허위신청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었는데요.
보조금 신청 이전에 제작사가 이미 타 회사(이하 제삼자)와 콘텐츠 제작 외주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에 ‘저작권 등 모든 권리는 제삼자에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작사와 제삼자는 보조금 신청과 관련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게 되었고, 이에 해당 기관은 제작사의 보조금 허위신청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물론 보조금 신청 당시 제작사와 제삼자 간 공모관계가 있었다면 제삼자에게도 제재가 필요할 지에 대한 자문을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본 사안에 대해, 1) 보조금 편취를 공모한 것이 증명될 경우 형법상 사기죄의 공범으로 형사고소 및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해야 하고, 2) 제작사의 허위신청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할 여지가 있는데다 동 법률상 면제사유를 충족하지 못해 의무적으로 제재부과금을 부과해야 하며, 3) 동 법률상 지원 사업 허위신청에 따른 동일사업 참여제한 역시 의무사항으로서 임의적 감면은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정상적인 절차 및 방식을 통해서는 보조금 지급대상에 선정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에도 보조금 지급의 주요 선정기준이 되는 사항에 허위의 내용을 기재함으로써 지급대상에 선정되었다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상 허위신청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었죠.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보조금법)에서는 거짓 신청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의 교부를 받은 자를 처벌하고 있는 바, 저는 보조금을 교부 목적에 따라 다시 교부하는 ‘간접보조금’을 교부받은 자도 보조금법 위반의 주체가 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본 사안에서, 제작사뿐만 아니라 제삼자까지 보조금법 위반의 주체가 될 수 있는데요.
해당 기관과 제작사가 작성했던 협의서에 제작사가 사업 주관기관으로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및 수익금을 전액 보유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을 두고, 이를 통상적인 콘텐츠 기획·제작자로서 당연히 저작권을 갖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제작사와 제삼자 간 저작권 양도 내지 이용허락 등 지식재산권 귀속 협의로 해결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제작사와 제삼자 간 외주제작 계약을 통해 저작권 등 권리 귀속에 관한 합의가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협약서에 기재한다면 사업지원 대상자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어 이를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동 허위의 동 문구를 기재한 것이라면 거짓 신청 및 그 밖의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입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제삼자가 제작사와 공모해 보조금 편취를 시도한 것이 증명될 경우, 타인을 속여 보조금을 수령한 행위는 보조금법 위반과는 별개로 형법상 기망행위에 해당하므로 소관 중앙행정기관으로서는 사기죄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공범으로 형사고소하는 한편, 민사상 공동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개진하였습니다.
보조금 등 명칭에 관계없이 금원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행위 및 그로 인한 재물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 침해가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하게 되는 바, 이때의 기망행위는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한데요.
사안의 타 회사(제삼자) 담당직원 내지 조직 차원에서 제작사에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등 권리가 남아있지 않음을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이를 숨긴 채 제작사와 함께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하여 제작비를 지원받기로 상세하게 모의를 하였다는 등 구체적인 공모 관계에 관한 정황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형법상 사기죄의 공동정범 내지 방조범으로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울러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는 수인의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발생하며 이를 불법행위 자체를 공동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경우는 물론 피해 발생에 공동으로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인정될 수 있는 바, 향후 수사과정에서 보조금 지급을 둘러싼 제삼자 측의 관여 등 사실관계 인정 여하에 따라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보조금법이 금지 및 처벌하고 있는 허위신청이 밝혀질 경우 소관 중앙부처의 장은 보조사업자에 대해 보조금 교부 결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소관 중앙관서의 장은 보조금수령자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보조금·간접보조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해진 기간 내에 반환하도록 명해야 하는데요.
이에 더해 중앙관서의 장은 그 반환하여야 할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 총액의 5배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조사업자 등에게 의무적으로 제재부과금을 부과·징수하여야 하며, 중앙관서의 장이 소관하는 동일사업에 대한 참여제한 기간 역시 3년 이내에서 의무적으로 제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바, 향후 위 내용에 따라 제재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던 사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