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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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스타트업·벤처기업 소송/자문 ⑫) 법인 간 대리인을 통한 임대차 등 계약 체결 시 주의사항은?2017-12-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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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스타트업 대표자분들을 대상으로 초기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실무 법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었습니다.

 

당시 강연은 경쟁업체 난립, 유사상표, 아이디어 도용, 영업비밀 침해, 투자금 문제 등 예상되는 각종 외부적 위험요인으로부터 스타트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처방안과 함께, 법인 설립, 채권 관리, 임대차계약 등 보다 실무에 가까운 법률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해드리는 자리였는데요.

 

강연이 끝난 후 연달아 받았던 질문은 바로 임대차계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의외로 계약체결 상 미비점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자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 질문사례1.

 

먼저 받았던 질문은 임대차계약의 유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스타트업은 모 법인(임대인) 소유 사무실에 입주하기에 앞서 법인 내 담당 직원과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문제는 당시 법인 직원이 계약서에 법인인감 대신 자신의 지문을 날인하였으며 위임장이 없어 계약서에 첨부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리인 표시가 없어 임대차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셨는데요.

 

다만 계약 체결 이후 법인계좌에 보증금을 이체하고 차임(월세)을 꼬박꼬박 이체한 것에 대해 법인 쪽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 질문사례2.

 

연이어 받았던 질문은 보증금 반환 가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해당 스타트업은 위 사례와 마찬가지로 모 법인(임대인) 소유 사무실에 입주하기에 앞서 법인 내 담당 직원과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앞선 사례와 달리 계약서에 법인인감을 날인하였고 위임장까지 첨부했지만, 문제는 법인 담당 직원이 사정이 있다며 계약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보증금을 개인계좌에 이체해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한 스타트업 쪽 직원이 실제로 보증금을 개인계좌에 지급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이후 스타트업은 차임(월세)을 법인계좌에 지급했고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법인은 애초에 보증금이 없었던 계약이라며 반환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스타트업은 임대차계약을 담당했던 직원을 해고했으며, 법인은 담당 직원을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형사고소 하였습니다.

 

 

위 사례들의 공통 쟁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대리권의 인정 여부입니다.

 

대리권이 있는 자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는 유권대리와 달리, 무권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자의 대리행위로서 대리권이 전혀 없는 경우와 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만약 무권대리가 무조건 무효가 된다면 계약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텐데요.

 

이에 민법은 대리인(ex.법인 담당직원)의 무권대리행위에 대해 본인(ex.법인)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ex.스타트업)이 이로 인하여 대리권이 있다고 신뢰한 경우 본인에게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한 표현대리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선 사례에서 스타트업 측이 법인 측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법인 담당직원에게 정당한 대리권이 있다고 신뢰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설사 대리권이 없었다 하더라도 법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죠.

 

 

또한 상법은 민법상 표현대리 규정보다 더 강하게 외관을 신뢰하고 거래한 당사자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상법 제14(표현지배인)본점 또는 지점의 본부장, 지점장, 그 밖에 지배인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하는 자는 본점 또는 지점의 지배인과 동일한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395(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삼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라고 정하고 있는데요.

 

이와 더불어 상법 제15(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에서는 영업의 특정한 종류 또는 특정한 사항에 대한 위임을 받은 사용인은 이에 관한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16(물건판매점포의 사용인)에서는 물건을 판매하는 점포의 사용인은 그 판매에 관한 모든 권한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표현지배인과 사용인은 독립성을 가진 대리상, 위탁매매인 등과는 달리 특정한 상인에 종속되어 대외적 영업활동을 보조하는 상업사용인으로서, 대리권의 범위를 기준으로 하여 지배인, 부분적 포괄대리권을 가진 사용인, 물건 판매점포의 사용인으로 나누어집니다.

 

 

다만 판례상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대리인과 계약을 맺은 상대방에게도 과실이 없어야 합니다.

 

대리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하여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한 한 대법원 판례는,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려는 상대방으로서는 본인에게 중개인의 대리권 유무를 확인하여 보았더라면 그가 단순한 중개인에 불과하고 오피스텔의 매매대금을 대리할 대리권이 없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고, 나아가 본인이 중개인에게 오피스텔의 분양중개를 부탁한 것을 가지고 오피스텔 분양에 관련한 어떤 대리권을 수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아 민법 제125조의 표현대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요.

 

또한 한 고등법원 판례는 소비대차계약 시 표현대리 성립 여부에 관한 사건에서, “은행(피고)이 개인으로부터 개별적으로 단기간 돈을 예치받으면서 현금보관증을 작성해주는 행위는 극히 이례적이며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상정하기 어려운 거래형태로, 원고가 대리인(부지점장)으로부터 현금보관증을 교부받을 당시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위 거래가 은행이 행하는 정상적 거래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설사 원고가 대리인에게 적법한 대리권이 있었다고 믿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대리인에게 은행을 대리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은 데에는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며 표현대리의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표현대리, 즉 계약 체결 시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었다고 믿을만한 사정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상대방 또한 최소한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것이죠.

 

 

저는 앞선 질문사례1에 대한 답변으로, 비록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법인 직원이 계약서에 법인인감 대신 자신의 지문을 날인하였으며 위임장이 없어 계약서에 첨부하지도 않는 등 대리권 행사에 다소 흠결은 있었지만, 이후 법인계좌에 보증금을 이체하고 차임(월세)을 지속적으로 낸 것에 대해 법인 측에서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면 법인이 직원에게 묵시적으로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유권대리로서 임대차계약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또한 법인 측이 본 계약을 무권대리 행위로 봤다 하더라도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무권대리를 추인한 것으로서 유효 주장이 가능하다는 방안과 함께, 표현대리 법리 주장을 통해서도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함께 개진하였는데요.

 

그러나 질문사례2의 경우, 계약서에 법인인감을 날인하였고 위임장까지 첨부하긴 했지만, 계약서상에 존재하지 않는 임대차보증금을 직원 개인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법인이 행하는 정상적 거래 방식이 아니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이후 확인전화 등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표현대리가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아울러 민법상 표현대리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용자책임(756)이 인정된다면 법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겠지만, 판례상 대리인과 계약을 맺은 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다면 사용자책임 또한 면책되므로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며 만약 인정된다 하더라도 책임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을 함께 개진하였습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인해 소송까지 이어지는 게 계약입니다. 계약이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가장 잘 어울리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데요. 만약 면밀한 법률 검토를 거쳐 계약을 체결한다면 뒤늦게 전전긍긍할 일도 없겠죠.

 

특히 스타트업은 워낙 소규모의 자본과 사람으로 진행되다보니 임대차계약 같은 필수적·실무적 계약에서도 실수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질문사례들처럼 다소 허술한 계약으로 인해 마음고생 하기 보단, 계약 체결 전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미리 구함으로써 가래로 막을 일 호미로 미리 단단히 막아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