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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온라인 공동구매 불만족 후기, 명예훼손에 손해배상까지 해야 된다니?2017-05-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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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칭 ‘용팔X’에 관한 씁쓸한 기억을 꺼내볼까 합니다. 
대학 새내기 시절, CD플레이어를 갖고 싶었던 제 친구는 마침 다른 동기가 지니고 있던 제품이 마음에 들어 같은 것을 사기로 했죠. 
용돈을 모아 만든 20만원을 가지고 용산전자상가에 갔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모델명을 알려주며 구입하려는데 판매원은 비슷한 가격에 음질이 훨씬 더 좋은 제품이 있다며 친구를 꾀기 시작하더랍니다. 


현란한 상술의 향연 끝에 친구가 사온 물건은 S사의 슬림한 은색 제품이 아닌 P사의 투박한 파란색 제품이었습니다. 
역시 음질이 좋은 것 같다며 미소를 짓던 친구는, 거금 20만원을 주고 산 첫 CD플레이어가 
실은 가격이 10만원도 채 안 되는 제품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좌절하더군요. 
가격정보를 알기 어렵던 시절의 ‘웃픈’ 추억입니다.
 


언제든지 스마트폰으로 가격정보 검색이 가능한 요즘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인데요. 
그 때에 비해 온라인시장은 비교할 수 없이 커졌고, 가격도 많이 투명해졌죠. 
온라인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에서는 동일한 제품을 두고 10원 단위로 판매 경쟁이 붙기도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물건을 굳이 비싸게 살 이유는 없습니다. 천천히 비교해가며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사죠. 
요즘에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 가격보다 훨씬 싸게 물건을 사는 것이 유행이라고 하니, 인터넷의 발달이 소비자 또한 발달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물건을 싸게 사고 싶어 하는 건 소비자의 본능이자 권리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경쟁을 한다고 해도 개인적인 구매에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인터넷에는 ‘공동구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동구매’란 ‘한 상품을 필요로 하는 구매자들이 주축이 되어 물건을 구입할 때 단체로 구입함으로써 
대량구매를 통한 차별적인 가격 할인을 통해 기존의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는 수단’을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 ‘단체로 싸게 사는 것’인데요. 
특히 인터넷카페를 중심으로 일정한 시기와 기간을 정한 후 구매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가격 때문에 몇 달을 기다려서라도 공동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개인구매보다 저렴하거나 저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죠.


사실 공동구매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며칠 전에 해드린 상담 때문인데요. 
의뢰인은 한 공동구매 인터넷 카페의 회원이었습니다. 애용하던 카페에서 별 의심 없이 공동구매한 물건이 알고 보니 다른 쇼핑몰에서 훨씬 싸게 판매되고 있는 제품임을 알게 되었고, 
이 사실을 카페에 올리자 논란이 점점 커졌습니다. 문제는 그 후에 도착한 판매자의 내용증명이었죠.


“당신이 올린 글 때문에 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하겠다!” 


가뜩이나 명예훼손죄 처벌에 관한 뉴스를 많이 접해서였을까요. 황당한 기분을 가라앉히고 나니 덜컥 겁이 나더랍니다. 
만약 진짜 명예훼손죄라면 감옥에 가는 건지, 손해배상까지 하게 되면 돈이 얼마나 들지 걱정이 되어 상담을 요청하신 건데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통신망의 특성을 감안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보다 가중처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상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비방할 목적’이 필요합니다. 상식적으로 ‘비판’이 아닌 ‘비방’은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요.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 내용·방법, 상대방의 범위 등 표현 자체의 사정과 표현에 의해 훼손될 수 있는 명예를 비교하여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는 비방할 목적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즉, 공익이 있다면 비방이 아니며, 공익이 없다면 비방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의 이익’은 판례상 넓게 해석되는 부분인데요. 사회 전체의 이익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 전체의 이익도 공익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인 이익만 있는 게 아니라면 공익으로 보는 것이죠. 


상담 사례 또한 인터넷 카페에 가격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회원들의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므로 
‘공공의 이익’이 있어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고 한다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로 다룰 수도 있는데요. 


형법 제307조 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되 
다만 제310조에서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더라도 공동구매의 취지에 맞지 않는 높은 가격에 판매된 것이 ‘진실한 사실’이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정신적 피해 및 재산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에 내용에 따라 상담해드리자 의뢰인 분이 걱정이 좀 풀리신 듯 했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사실을 알린 것뿐인데 이런 일을 당해 상당히 억울하다고 하시더군요. 


실제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있었던 인터넷 명예훼손 처벌 조항(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헌법소원에서는 ‘합헌’결정이 내려졌죠. 
“인터넷상 명예훼손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그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므로 인격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인터넷상 언행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처벌조항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