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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대화, 법적증거로 인정받으려면?2017-05-1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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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강간죄로 고소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만약 강간이 맞다면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의도적으로 합의금을 받아내고자 접근한 여성의 경우라면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죠.

작년에 한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며 신고했다가 무고죄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강간범으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때리면서 성관계를 하는 일명 ‘상황극’을 제안했고, 여성의 룸메이트가 성관계장면을 촬영한 뒤 증거로 제출했죠. 하지만 남자친구의 스마트폰에는 ‘상황극을 하자’는 여성의 제안이 녹음되어 있었고 결정적인 이 한 마디로 인해 혐의를 벗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굳이 녹음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터치 몇 번을 통해 필요한 순간에 언제나 녹음이 가능합니다.

과거에 드라마나 뉴스를 통해 봤던 휴대용녹음기는 펜의 형태였습니다. 볼펜처럼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녹음이 되는 구조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미생’ 중에 장그래가 박과장의 비리를 밝히고자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버튼을 터치한 후 뒤집어 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몇 년 전에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면 스마트폰이 아니라 앞서 말한 휴대용녹음기의 형태였을 테죠. 어쩌면 녹음기가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녹음기는 항상 들고 다니는 물건이 아니니 말입니다.



이처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거나, 돈거래 문제로 다투는 상황에서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파일이 있다면 소송을 할 때 유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다만, 녹음파일이 증거로서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이 있습니다. 1) 대화 당사자가 녹음을 해야 하고, 2) 대화에 당사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몰래 설치해둔 녹음기를 통해 타인들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나, 대화 현장에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제3자로서 한 녹음은 증거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녹음파일은 특정기술을 통해 조작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편집을 거치지 않고 대화자들이 진술한 그대로 녹음된 파일이라고 인정되어야 증거로서의 효력이 있습니다. 즉, 인위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파일이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대법원 판례는, 녹음기의 용량 문제로 인해 컴퓨터에 원본파일을 복사해두는 과정을 반복한 뒤 그 복사본을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인위적인 편집 없이 그대로 복사한 것이라면,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라도 증거로서의 효력이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례에서, 남자친구가 녹음을 하지 않았다면 강간죄로 처벌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뭔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면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적극 활용해서,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 관련 판례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도7461 판결

[대화 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 및 파일 등 전자매체의 증거능력]

제반 사정에 비추어 녹음파일 사본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므로 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복사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 내용 그대로 복사된 것으로 대화자들이 진술한 대로 녹음된 것이 인정되며, 녹음 경위, 대화 장소, 내용 및 대화자 사이의 관계 등에 비추어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인정된다.


 


관련 조항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