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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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상속) 갑작스러운 질병·사고로 인해 목숨이 위중한 경우에 적합한 유언방식은?(구수증서에 의한 유언)2017-05-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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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포스팅들을 통해 설명 드렸듯, 민법은 유언에 대해 4가지의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을 통해 유언효력의 발생을 위한 엄격한 절차를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이 방식들의 공통점은 결국 유언을 미리 해둔다는 것인데요. 

만약 유언을 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을 맞게 된다면 어떻게 유언을 남길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교통사고나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로운 때라고 한다면 앞선 방식들을 통한 유언은 사실상 불가능할 텐데 말입니다.

이처럼 보통의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을 대비해서, 민법은 특별히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정하고 있습니다.



<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

1)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란?

‘구수(口授)’의 사전적 의미는 ‘입으로 말을 해서 상대방에게 전해 기억하게 하는 것’인데요. 구수증서유언이란 쉽게 말해, 유언자가 말한 것을 받아 적는 형식의 유언입니다. 
질병이나 그 밖에 급박한 사유로 인해 다른 방식에 따라 유언을 할 수 없는 경우에 ⓵ 유언자가 2명 이상의 증인 앞에서 그 중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구수하고) ⓶ 그 구수를 받은 사람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⓷ 증인들 모두 유언의 정확함을 승인한 후 ⓸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것입니다(민법 제1070조 제1항). 

2) 급박한 사유

유언자에게 질병이나 그 밖의 급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특별히 구수증서유언을 할 수 있는데요. 이 때의 ‘급박한 사유’란 시간적으로 사망이 가까운 경우를 뜻합니다. 즉, 주변이나 스스로의 판단에 비춰봤을 때 생명이 위독해야 하는데요. 
만약 그렇지 않고, 민법이 정해놓은 다른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에 의해 유언이 가능한 경우에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습니다.

3) 증인 

구수증서유언에는 2명 이상의 증인이 참석해야 합니다. 유언자는 그 중 1명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내용을 필기하고 낭독해야 합니다. 즉, 급박한 상황 당시에 유언자가 직접 말한 것을 필기하는 것인데요. 
판례에 따르면, 제3자에 의해 미리 작성된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한 방식이라면 유언자의 진위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증인들은 유언의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합니다.

4) 검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가장 중요한 ‘검인’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검인’이란 간략히 말해 법원의 검증절차 내지 증거보전절차인데요. 유언증서의 존재를 확정하고 위조·변조를 방지하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자필증서, 녹음, 비밀증서 방식의 유언은 법원의 검인절차가 필요합니다. 유언증서나 녹음을 보관한 자 또는 발견한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하여 검인을 청구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091조 제1항). 

다만 공정증서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그렇지 않은데요.(민법 제1091조 제2항). 
공정증서유언은 이미 공정력이 있으므로 검인절차가 필요 없는 것이고, 구수증서유언은 유언자의 사망에 관계없이 따로 검인절차를 규정하고 있어 사망 후 재검인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정이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가정법원에 그 검인을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제1070조제2항). 즉 보통의 검인절차처럼 유언자의 사망 후 검인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급박한 사정이 종료한 날(판례상 유언이 있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검인을 청구하는 것입니다.

적법한 유언은 검인·개봉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유언자의 사망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즉, 이미 유효한 유언을 검인하거나 개봉하는 것이죠. 이전 포스팅에서 검인에 대해 다루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검인이 꼭 필요한데요. 판례에 따르면, 유언의 날부터 7일이 경과한 이후의 검인신청은 부적법한 것으로서 각하되고 그 유언 또한 무효가 됩니다. 다시 말해, 구수증서유언이 있었다면 7일 이내에 반드시 검인절차를 밟아야 유효한 유언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5가지의 유언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법이 정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만 효력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유언문화가 보편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유언을 남기고 사망하는 사람이 5% 미만이라는 추정치도 있습니다.

유산 상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의사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유언장이 없다면 그 의사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상속인들끼리 협의가 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껄끄럽더라도 미리 유언을 작성하는 것이 상속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 관련판례

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39719 판결

[급박한 사정 종료 후 7일 이내에 검인받지 않은 구수증서 유언은 무효]

甲이 병원에 입원 중, 그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회사의 부사장과 비서 乙을 참석하게 하여 乙로 하여금 계쟁토지를 丙의 단독 소유로 한다는 등의 유언을 받아쓰게 하여 유언서를 작성한 후 甲이 1980. 5. 2.경 사망하자 乙은 그 사망 직후 같은 회사 직원으로 하여금 위 유언서를 정서하게 하였고 정서된 유언서는 합동법률사무소에서 1981. 4. 2. 甲의 처의 촉탁에 의하여 그 사본이 원본과 상위 없다는 내용의 인증을 받은 경우 甲의 유언은 민법 제1070조 제1항에 정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인데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유언의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정이 종료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의 검인을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甲의 유언은 그 효력이 없다.


 


관련조항


민법 제1070조(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①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전4조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방식에 의한 유언은 그 증인 또는 이해관계인이 급박한 사유의 종료한 날로부터 7일내에 법원에 그 검인을 신청하여야 한다.

민법 제1091조(유언증서, 녹음의 검인)


유언의 증서나 녹음을 보관한 자 또는 이를 발견한 자는 유언자의 사망후 지체없이 법원에 제출하여 그 검인을 청구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규정은 공정증서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에 적용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