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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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스타트업·벤처기업 소송⑦) 회사 핵심인력이 독립 후 근처에서 동종 사업체를 차린다면?(경업금지·제한 및 손해배상)2017-05-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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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음식점의 실태를 고발하는 모 프로그램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공개된 바 있습니다. 바로 ‘냉면육수의 비밀’이었는데요. 
시중에서 판매되는 냉면육수 중 상당수가 조미료만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방송을 본 저도 한동안 냉면을 멀리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방송을 통해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그 조미료 육수 레시피가 한때 천만원 정도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재료를 전혀 쓰지 않고 음식을 만드는 건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다만 음식을 파는 입장에선 당연히 재료비를 최대한 낮추고 싶을 텐데요. 
장사꾼으로서 천만원이라는 돈까지 지불하고 레시피를 샀다는 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결국 냉면육수의 비밀 또한 고가의 ‘영업비밀’이었던 셈입니다.



 


사업자에게 영업비밀이란 사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업비밀을 침해당한다는 것은 곧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인데요. 
이를 방지하고자 특허, 영업비밀원본증명 등 다양한 보호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며, 사업체 내부적으로는 직원과의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스스로 영업비밀을 보호하곤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소규모의 인원이 영업비밀 전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대기업처럼 체계적으로 업무를 분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만약 영업비밀을 꿰뚫고 있는 직원이 갑자기 독립하여 근처에 회사를 차린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겠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경업금지약정’입니다. 경업금지약정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와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을 말하는데요. 
만약 전직 근로자가 약정을 위반하여 동종 사업체를 차린다면, 영업 금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정 내용이 근로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사회질서에 반한다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최근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습니다. 
학원 강사들이 독립하여 새 학원을 차리자, 전 학원이 경업금지약정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었는데요.


대법원은 “특히 그 약정에 따라 경업금지를 강제함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학원의 이익이 존재하고, 
강사들이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대하여 적정한 대가가 지급되었으며, 
강사들에 대하여 일정 기간 특정지역에서 경업을 금지하지 아니하면 공공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며, 학원이 아닌 강사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학원과 강사들 간에 체결한 강의계약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1) 1년의 강의계약에 비해 1년의 경업금지기간은 과도하고, 2) 보수 조건에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특별한 대가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3) 수강생 대부분이 강사를 따라왔다가 다시 이동한 점 등이 이번 판결의 주된 이유였는데요.


대법원은 판결요지에서, “1) 사용자의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고객관계 등 경업금지에 의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2) 경업 제한의 기간과 3) 지역 및 4) 대상 직종, 5)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여부, 6)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및 퇴직 경위, 7) 그 밖에 공공의 이익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경업금지기간의 적정성, 경업금지약정의 대가, 사용자의 이익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거죠.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는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한 경업금지기간이 과도하게 장기라고 인정될 때에는 적당한 범위로 경업금지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그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기도 하였고, 사안에 따라 2년 혹은 3년이 인정된 사례도 있는데요.


그러나 이번 판례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1년의 경업금지기간도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결국 계약기간, 근로기간 등 구체적인사정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진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경업금지 의무부과에 대한 대가로서 합리적인 보상이 있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퇴직시 위로금이나 몇 달치 급여를 지급하거나, 재직 중 관련수당을 제공하는 등의 형태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약정에 일명 ‘거래처 빼가기’를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면 이 또한 제반사정에 따라 유효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거래처를 담당하던 직원이 독립 후 거래처를 빼간다면, 여력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곧바로 도산 위기에 직면할 텐데요. 
회사 재직시 알게 된 거래처라면 이는 회사의 노하우 및 고객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유효성이 인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판례에서 수강생 대부분이 강사를 따라왔다가 다시 이동한 것을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회사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거래처를 빼가는 것을 금지하는 약정은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만약 유효한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것이 인정된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영업 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라면 형사고소가 가능합니다. 이 경우에는 합의를 통해서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벤처같은 소규모 사업체는 구성원 간에 계약·약정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경업금지약정이 없다면 추후 복잡한 법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이 정한 기준과 상호간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경업금지 기간·장소, 위반시 위약금 예정액, 추가손해 발생시 별도 손해배상액 청구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업금지약정’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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