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보안 설정조차 안하고… '비밀서약'만으론 회사 못 지켜 - 파이낸셜뉴스 (fnnews.com)
최근 회사의 영업비밀 누설과 기술유출 관련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관련 사건 발생만 2000건을 넘었고, 재판에 넘겨진 것(기소)만 233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영업비밀 노출이 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중소기업들의 보안 수준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왔는데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2018 우리기업 부정경쟁행위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1521개 중소기업 중 영업비밀 침해 등 부정경쟁행위를 인식하는 비율은 23.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의 76.6%가 영업비밀 침해와 법률상 영업비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2019 중소기업 기술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보호역량은 2016년 49.3점에서 2017년 51.3점으로 높아졌지만 2018년에는 44.9점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최근 변호를 맡았던 사건 역시 중소기업 내부의 비밀 유출과 관련된 사건이었습니다. 직원 A씨가 회사 내부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한다는 소문을 확인할 목적으로, 회사의 한 임원이 피의자(이하 의뢰인)에게 외부 컴퓨터 기술자를 통해 A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확인 및 하드디스크를 복사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물론 회사 임원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무턱대고 내린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중요 결정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는 상황을 안건으로 정하고 수사 의뢰 검토에 대해 의결을 한 바 있었죠. 이에 의뢰인은 회사 직원이 모두 퇴근한 뒤 컴퓨터 기술자와 함께 피해자의 자리로 가서 피해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전체를 복사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복사 도중 피해자가 사무실에 들어와 복사가 중단되었고, 복사 중이던 하드디스크 장치를 피해자에게 넘겨주게 돼 그 내용을 전혀 열람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회사 임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고, 피해자가 어떤 정보를 어디에 유출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하드디스크 복사를 통해 자료를 취득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기록등내용탐지’로 고소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피해자 측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비밀 등의 보호)의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있다.’라고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으로 취득하는 행위를 규정하였으나, 저는 이 사건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방법이 아니라 컴퓨터 본체를 열어 그 안의 하드디스크를 다른 하드디스크 장치에 연결하여 복사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기에 형법 제316조 제2항의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또한 피의자가 내용을 열람하지 않았기에 이메일 내용에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들어있는지와 그리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피해자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결정적으로 형법 제316조 제2항은 기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고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어 형법상 비밀침해 내용을 지득하지 않았다면 본 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고,결국 의뢰인의 범죄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이 빠르게 종결되었습니다. 회사의 기밀누설 관련하여 유출 혐의자가 고소를 당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회사의 조치에 대하여 회사 측이 고소를 당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회사 측에서는 회사의 기밀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다고 여길 수 있지만, 조치에 대한 근거나 비밀유지 관리에 관한 규정 등을 입증해내지 못하면 억울한 유죄판결이 나올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조력 및 소명을 통해 적극적으로 무죄를 주장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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