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현장 상황과 증거사진(흉기 위치·모습)이 불일치함을 밝혀냄으로써, ‘특수상해’ 무죄판결 받아낸 사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262372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도중 발생한 중국 측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무분별한 억측과 주장이 인터넷과 SNS에 난무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 기자들이 일방적인 폭행을 당해도 마땅할 정도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비하표현)스러운」 행동을 했을 것이란 억측이 난무하는가 하면, 일부 인사들은 “중국 외교에 막대한 지장을 야기했다.”며 피해 기자들의 징계를 요구하는 등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무분별한 주장을 퍼뜨리고 있는데요. 특히 장신중 경찰인권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언론사의 사과와 피해 기자 징계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013년 퇴직한 경찰서장 출신으로 퇴직경찰관 사모임인 경찰인권센터를 만들어 경찰 내 인권침해 문제 등을 지적해 왔던 그는, 이 글에서 “대통령도 상대국 경호원칙과 기준을 따르는데 이를 무시하는 기자를 경호원이 물리적으로 제지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당연한 직무수행일 것”이라며, “폭행당한 기자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對중국 외교성과를 망가뜨리고 국격을 훼손했다.”라고 비판했죠. 아무리 페이스북 등 SNS가 개인 의견을 자유로이 피력하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라고는 하나, 누구보다 형사법을 수호해야 할 ‘경찰’ 출신 인사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기자의 ‘인권’을 짓밟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저로선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새삼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보호받는지를 깨닫게 되기도 하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9&aid=0004067241 사건 경위가 어떠하든, 이번 폭행사건은 국내 형법상 ‘특수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범죄입니다. 형법상 폭행, 상해, 협박, 강간 등 죄명 앞에 ‘특수’라는 용어가 붙는 것은 기본적으로 1) 흉기(위험한 물건)를 휴대하거나 2) 2인 이상(단체 또는 다중)이 합동하여 해당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로, 예를 들어 혼자서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은 옆 자리 사람을 술병으로 가격한다거나, 같이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이 옆 자리 사람을 폭행하여 상해를 입힌다면 이는 모두 ‘특수상해죄’에 해당하며, 형량 또한 일반 상해죄에 비해 최대 10년의 징역까지 훨씬 높아지는데요. 이번 사건의 경우, 중국 경호원 십 수 명이 한 기자를 복도로 끌고 나가 집단 구타했고, 이 과정에서 한 경호원이 엎어져 있는 기자의 얼굴을 발로 가격하는 소위 ‘사커킥’이 있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뺨을 한 대 때리거나 주먹으로 복부를 한 대 가격하는 정도는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고의가 없는’ 단순폭행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통상 넘어져있는 상대의 얼굴을 발로 가격하는 사커킥은 ‘상해를 입힐 고의’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특수상해죄가 적용될 소지가 충분한 것이죠. 우리나라 형법 제258조의2(특수상해)제1항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 형법 역시 ‘고의상해죄’는 3년 이하 유기징역 또는 구류에 처하며 얼굴 등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한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적어도 피해자에게는 범죄 피해를 입증하는 차원에서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몸과 마음의 상처가 낫는 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리겠지만, 경호원들로부터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생생히 담긴 이상 오히려 억울하게 폭행(상해) 가해자로 내몰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인데요. 통상적으로 일반 상해 사건의 경우, 폭행 당시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한눈에 죄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이상 결국 현장 상황과 양 당사자의 증언, 피해 정도 등을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피해자가 방어 차원에서 한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뿐더러,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도리어 피해자에게 덮어씌우는 경우까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죠. 제가 변호를 맡은 사건 중, 최근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던 ‘특수상해’ 사건이 바로 이러한 경우였습니다. 제게 사건을 의뢰해 오신 분(이하 의뢰인)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무실에서 직장상사(이하 가해자)와 시비가 붙었고,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직장상사와 함께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인 의뢰인이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은, 가해자가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정하고 도리어 의뢰인이 깨진 술병 같은 흉기를 이용해 자신을 때려 상해를 입혔다는 거짓 주장을 펼쳤었기 때문인데요. 가해자는 사무실에 있던 술병으로 의뢰인의 머리를 내려쳐 넘어뜨린 후, 주먹으로 의뢰인의 얼굴을 수 회 때리고, 이후에도 분을 삭이지 못해 주변 기구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몸을 수회 가격함으로써, 의뢰인에게 전치 2개월가량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가해자의 팔을 붙잡고 피하는 등 방법을 통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가해자는 자신이 흉기를 이용해 상해를 입힌 사실을 부정한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얼굴에 생긴 상처가 손톱이 아닌 뾰족한 흉기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 주장하며 의뢰인을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었습니다. 검찰 또한 현장 사진 등 증거 제출을 통해, 의뢰인이 흉기로 가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뢰인이 흉기를 이용해 가해자에게 특수상해를 입혔다는 주장이 인정되기 어렵고 가해자의 진술 또한 경찰 및 검찰 수사를 거치며 그 일관성이 상당히 의심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그중에서도 가해자가 얼굴에 상처를 입게 된 경위는 이번 사건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흉기의 종류를 바꿔서 진술하는 등 그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가해자는 경찰 조사 당시 의뢰인이 깨진 소주병으로 자신의 얼굴을 내리쳤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병원에서 진술한 진료기록에도 그대로 나와 있었는데요. 그러나 이후 계속 진행된 경찰·검사 조사에서는 소주병이 아닌 제2, 제3의 다른 흉기로 인해 상처를 입은 것이라고 진술내용이 계속 바뀌었던 바, 진술의 신빙성이 심히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했던 것이죠. 그 외에도 가해자는, 의뢰인이 벽에 걸려있던 집기를 떼어내어 자신을 찌르려하기에 이를 빼앗았으며, 이에 의뢰인이 주변에 있던 다른 집기를 집어 들어 자신을 찌르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관이 사건 직후 촬영한 현장사진에는 해당 집기가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었던 바. 만약 가해자 진술처럼 의뢰인이 다른 흉기로 자신을 찌르려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전에 빼앗은 집기를 다시 벽에 가지런히 걸어두고 방어에 나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이에 더해 직접적인 영상 증거는 아니지만, 경찰 출동 당시에 대한 가해자의 진술과 현장 외부 CCTV에 찍힌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가해자의 진술을 지속적으로 탄핵한 결과, 결국 1심 재판부로부터 의뢰인의 ‘특수상해’ 혐의, 즉 흉기로 가해자의 얼굴에 상해를 가했다는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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